자율주행자동차 분야에서 국내 완성차업체는 차체 부문에 집중하는 게 경쟁력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구글을 비롯한 미국 선발업체들의 축적된 소프트웨어 기술을 따라잡기란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28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의 ‘4차 산업혁명과 한국경제의 구조개혁’ 분석에 따르면 앞으로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의 기존 산업 진출과 분야 간 충돌은 점차 가속화할 전망이다. 빅데이터에 기반한 인공지능으로 온라인을 통한 대량의 소비패턴 정보가 축적·처리되면서 오프라인과의 경계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공지능은 모든 산업 활동에 적용이 가능한 범용성을 추구하는데, 글로벌 플랫폼 선점을 위해서는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승자독식의 구조를 띠고 있다. 이에 과학기술 수준과 투자 여건상 글로벌 플랫폼 선점은 세계에서 미국이 유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자율주행차 분야를 보면 구글은 구글카와 구글맵 등을 통해 상용화에 가장 다가선 글로벌 선두를 달리고 있다. 다른 업체들을 압도하는 빅데이터로 미래 자동차 산업을 장악할 경우 기존의 완성차업체들은 하청생산업체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후발주자들이 뒤늦게 기술 개발에 나서 지도와 돌발상황 등 데이터를 수집해도, 구글은 이미 축적한 빅데이터를 통해 차이를 점점 더 벌리게 되는 구조인 탓이다. 때문에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분야는 과감히 포기하고 미국의 선발업체에 맡기는 대신, 기존 생산기술의 장점을 살려 하드웨어에 집중하는 게 효율적이란 관측이 나온다.
우리나라는 하드웨어 기반형 산업화 성공에 안주해 4차 산업혁명 진입이 늦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올해 초 세계경제포럼(WEF) 조사에서 한국의 4차 산업혁명 준비 수준은 비교가능 국가 중 최하위인 25위를 기록했다. 이에 기존의 강점인 제조 경험과 숙련 인력 자원을 통해 경쟁력 강화를 모색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는 상황이다.
김주훈 KDI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구글이 소프트웨어에서 앞서도 자동차 자체를 만드는 기술은 약하다”며 “현대차가 눈을 돌려 무인차에 적합한 차체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구글 소프트웨어와 결합한다면 경쟁력 면에서 더 나을 수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