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K스포츠재단을 통한 '비선실세' 국정개입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27일 K스포츠 전 사무총장 정현식(63) 씨를 조사한다. 정 씨는 재단 설립과 기금 모금 과정에서의 청와대 개입 의혹, 최순실(60) 씨의 기금 횡령·유용 의혹 등을 규명해줄 핵심 인물로 꼽힌다.
서울중앙지검 미르·K스포츠 수사팀은 이날 오후 2시 정 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검찰은 정 씨를 상대로 재단이 설립된 경위와 최 씨의 역할, 청와대 등 권력기관 개입 여부 등을 추궁할 방침이다. 정 씨는 전날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최 씨가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을 통해 SK그룹에 80억 원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전날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위치한 전국경제인연합회 이승철 부회장 집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며 강제수사를 본격화했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더블루케이 사무실과 최 씨의 서울 강남구 미승 빌딩, 강원도 홍천에 위치한 거처, 최 씨의 측근 차은택(47) 씨의 주거지 등도 포함됐다.
전경련은 압수수색을 당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날 '2016 경제계 보육지원사업 MOU 체결식'에 참석한 허창수 회장은 뒷문으로 입장했다가 당초 예정보다 일찍 행사장을 빠져나가며 이렇다 할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검찰은 압수물을 분석하는 동시에 재단에 돈을 지원한 기업 관계자들을 조사하기로 하고 일정을 조율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금액보다는 돈을 주게 된 경위나 패턴을 보고 조사 대상을 결정할 것"이라며 "필요하면 (돈을 건넨 기업을) 다 부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참고인 조사는 고발된 인사에 한정하지 않기로 했다. 고발된 인사에는 전경련 허창수 회장과 이승철 상근부회장을 비롯해 삼성과 SK, LG, 현대차, 롯데, 한화 등 국내 대기업 대표들이 포함됐다.
한편 최 씨는 26일(독일 현지 시간) 세계일보와 인터뷰를 통해 대통령 연설문을 미리 받아본 사실을 인정하고 '정말 잘못된 일이고 죄송하다'고 밝히면서도 청와대로부터 각종 현안 보고서를 정기적으로 받아봤다는 의혹은 '말도 안 된다'며 일축했다. 최 씨가 국내로 들어온다면 800억 원대 자금 조성 경위와 사용 내역에 관한 수사는 상당 부분 진척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검찰은 최 씨에 관해 지난 9월 3일 출국한 사실만 파악했을 뿐, 구체적인 소재는 파악하고 있지 못했다. 독일과의 사법공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이유로 사실상 신병 확보를 미루던 검찰은 최 씨가 언론에 나서면서 귀국을 종용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