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이 갑작스레 쓰러진 이후 실질적으로 삼성그룹을 이끌어 왔다는 점에서, 이번 등기이사 선임 건을 책임경영의 실질적 구현이라면서 호의적으로 평가하는 의견이 많다. 그러나 과연 글로벌 기업으로서 삼성전자의 실질적 CEO로 이 부회장이 선임되는 것이 좋은 일일까?
우선 경쟁기업인 애플의 CEO 팀 쿡과 비교해 보자. 이 부회장은 삼성이라는 기업집단의 수장으로 계열회사에 관한 모든 의사결정을 하느라 삼성전자에만 신경을 쓸 수 없는 반면, 팀 쿡은 오로지 애플 한 회사의 성장에만 모든 힘을 기울인다. 빠르게 변화하는 IT 산업에서 딴 데 신경쓰다 보면 금방 도태되기 십상인데, 삼성전자의 지배구조는 이러한 점에서 애플보다 불리하다.
그리고 이 부회장이 기술에 기반을 가진 경영자가 아니라는 점도 문제다. 그동안 삼성전자에 있으면서 많이 배우긴 했겠지만, 그래도 기술에 대한 이해도는 팀 쿡보다 못할 것임이 명백해 보인다. 사견으로 이번 ‘갤럭시노트7’ 사태도 결국엔 기술라인보다 경영라인의 의견이 우선된 것이 본질이라고 본다.
심지어 실제 요즘 이 부회장의 의사결정을 보면 기업가보다 투자자의 입장에서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경쟁기업은 혼이 담긴 ‘제품 만들기’에 광적인 집착이라고 표현할 정도의 노력을 하는데, 삼성전자는 제품을 많이 팔아 ‘이윤 남기기’에 주안점을 두고 있지 않나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삼성전자가 좋은 스마트폰을 만들어 왔지만, 애플을 넘어서지 못한 것도 지배구조의 차이가 만들어 낸 일일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네이버는 삼성전자와 다른 선택을 해 왔다. 오너 격인 이 의장은 2004년부터 12년간 이사회 의장에 머물면서 대표이사는 전문경영인이 맡아 운영해 왔다. 이 의장은 자신이 오너임에도 자신보다 경영을 더 잘할 수 있는 사람을 대표로 선임하여 회사를 경영하게 한 것이다.
필자는 이 부회장이 앞으로 ‘이재용의 삼성’을 만들기보다 자기보다 더 잘할 수 있는 경영자를 발굴해 그에게 회사운영을 전적으로 맡기면서 자신은 이를 지원 감독하는 역할을 했으면 한다. 이것이 바로 현대 회사법의 기본이념인 소유와 경영의 분리, 경영자와 주주 간의 견제와 균형이다.
기업은 한 자연인의 특별한 통찰과 의지에 의해 태어나고 성장하지만, 일정한 규모에 이르면 기업가 혼자만의 노력과 아이디어로 성장할 수 없다. 기업을 위한 특별한 다수의 재능과 노력이 보태져야만 존속하고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기업의 지배구조 역시 기업을 위한 많은 사람들의 노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구조이어야 한다.
최근 네이버가 삼성전자를 압도적으로 제치고 가장 일하고 싶은 기업 1위에 올랐다는 한 취업포털의 조사도 결국 두 기업의 지배구조 차이에서 온 것이다. 삼성전자가 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 그 차이는 계속 벌어질 수 있다. 기술개발을 전공으로 한 사람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의견을 무시하는 기업보다 존중해주는 기업에서 일하길 원할 것이다. 또 기업경영이 꿈인 사람이라면 오너가 버티고 있어 최고경영자가 될 수 없는 회사보다, 자신이 최고경영자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열려 있는 기업에서 일하고 싶을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