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대기업 타타그룹 지주사인 타타선즈(Tata Sons)가 24일(현지시간) 이사회에서 전격적으로 사이러스 미스트리 타타그룹 회장을 축출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48세의 미스트리 회장은 취임한 지 4년 만에 불명예스럽게 쫓겨나게 됐다. 커피에서 자동차, 철강과 IT 등 다양한 부문에 진출해 기업제국을 일군 타타그룹도 리더십 공백에 당분간 혼란이 불가피하게 됐다.
미스트리의 전임자인 라탄 타타가 새 회장을 선임하기 전까지 임시회장 직을 맡게 됐다. 1868년 설립된 타타그룹은 직원 수가 66만여 명에 29개 상장 자회사 시가총액은 1000억 달러(약 113조3000억 원)가 넘는다. 그룹 내 최대 계열사인 타타컨설턴시서비시스는 시총 기준 인도 1위 기업이다. 또 타타는 영국 재규어랜드로버 모회사인 타타모터와 타타스틸도 거느리고 있다.
타타그룹이 별다른 조짐 없이 갑자기 회장을 축출하자 투자자들도 혼란을 느끼고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타타그룹은 148년 역사에 미스트리가 6대째 회장일 정도로 최고 경영진의 장기 집권을 보장해왔다. 미스트리는 창업주인 잠세트지 타타 가문 이외 인사로는 처음으로 타타그룹 수장에 올랐지만 창업주 가문과도 밀접한 관계에 있었다. 그는 인도 굴지의 건설기업 팔론지그룹의 팔론지 샤푸르지 미스트리 회장의 차남인데 두 가문 모두 인도 소수 민족인 프르시 일족에 해당한다. 더욱이 미스트리 가문은 일찍이 1930년대부터 타타선즈의 주요 투자자 중 하나였으며 현재 팔론지그룹은 타타트러스트에 이어 두 번째로 타타선즈 지분(18%)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더욱이 미스트리 회장의 누나는 라탄 타타의 이복동생인 노엘 타타와 결혼해 사돈지간이기도 하다.
가우랑 샤흐 지오지트BNP파리바파이낸셜서비스 부사장은 “인도 최대 그룹의 회장이 이렇게 임의적인 방법으로 축출됐다는 것은 너무 이상하다”며 “타타그룹은 이런 갑작스러운 결정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이사회 구성원 9명 중 미스트리는 자신의 해임안에 반대표를 던졌으나 나머지 중 6명은 찬성했고 2명은 기권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아울러 타타는 미스트리가 세웠던 5명으로 구성된 ‘그룹집행위원회’도 해산하기로 했다.
블룸버그는 외연적 확장에 치중했던 전임자와는 달리 미스트리가 구조조정과 재무건전화에 초점을 맞춰왔다고 강조했다. 사업 축소로 비춰지는 구조조정에 내부 반발이 일어났을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다. 라탄 타타는 1991년에 취임했을 당시 15억 달러에 불과했던 그룹 매출을 1000억 달러까지 끌어올렸다. 그러나 그가 해외사업 확대에 주력하면서 퇴직하기 전 10년간 그룹 부채는 11배 늘었다.
미스트리는 내실 다지기에 힘을 쏟았다. 타타스틸은 지난 3월 영국 사업부 매각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적자에 허덕이던 타타전력도 인도네시아 탄광 지분 매각을 계획하고 있다. 타타통신과 인디언호텔 등 다른 계열사도 부채 감축을 위해 해외자산 매각을 검토해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타타그룹 투자자들이 지난 4년간 미스트리 체제 하에서 계속되는 실적 부진에 좌절했다고 전했다. 한 소식통은 FT에 “라탄 타타가 그룹의 도덕적인 문화와 장기적인 원칙이 허물어지는 것을 우려했다”며 “이것이 그와 미스트리의 관계가 깨진 지점”이라고 말했다.
FT는 또 미스트리가 세운 그룹집행위원회 맴버가 타타 시대 경영진보다 젊어 인도 기업계에서는 이들이 전임자들보다 경험이 부족한 풋내기로 간주하고 있었다는 점도 소개했다.
그러나 인도 뭄바이 소재 이퀴노믹스리서치의 G. 초칼린감 매니징디렉터는 “이는 너무 충격적이다. 타타그룹은 현재 많은 어려움을 헤쳐나오고 있지만 이들 대부분은 물려 받은 것이거나 경제상황이 안 좋아서 벌어질 일들”이라며 “모두 미스트리의 리더십 문제로 돌리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