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계 담배업체 브리티시아메리칸토바코(BAT)가 미국 레이놀즈아메리칸에 470억 달러(약 53조6300억 원) 규모의 합병을 전격 제안했다.
금연운동 열풍 속에 기존 담배시장이 위축되는 가운데 BAT는 비용 절감은 물론 담배 대체재로 주목받는 전자담배 부문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고 23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던힐과 켄트, 럭키스트라이크 등으로 유명한 BAT는 이미 카멜, 뉴포트 등의 브랜드를 가진 레이놀즈 지분 약 42%를 보유하고 있으나 나머지 지분을 현금과 주식으로 사들이려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세계시장 1위로 최대 경쟁사인 필립모리스가 전자담배 분야에서 성공을 거두면서 BAT가 조바심을 느끼고 있다고 풀이했다. 필립모리스는 지난 2014년 말 일본시장에서 말보로 전자담배 ‘아이코스(iQOS)’를 도입했다. 아이코스는 일본에서 지난 1년간 200만 대가 판매되는 대성공을 거뒀다.
기존 전자담배가 니코틴 등이 함유된 액상을 증기로 변화시키는 것과 달리 아이코스는 ‘말보로 히트스틱’이라고 불리는 담배에 전자기기로 열을 가하는 방식이다. 기존 담배보다 유해성분에 대한 노출은 95% 줄여주면서 흡연 느낌은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 필립모리스는 일본 담배시장에서 히트스틱 점유율이 4.3%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이이코스 성공 전에 전자담배 연구·개발(R&D)을 선도했던 회사가 레이놀즈라고 WSJ는 전했다. 레이놀즈는 일찍이 1989년 태울 필요가 없는 담배를 개척했다. 현재는 자체 전자담배 브랜드 ‘뷰즈(Vuse)’를 보유하고 있다. 웰스파고의 보니 헤르조그 담배산업 애널리스트는 “레이놀즈를 인수하면 BAT가 필립모리스를 따라잡을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고 말했다. 캐나다 오타와대학의 법학교수로 담배산업 규제 전문가인 데이비드 스웨너는 “일본시장에서 필립모리스의 기세는 대단하다”며 “전자담배가 BAT의 레이놀즈 인수 시도에 유일한 이유는 아니더라도 결정적 요인이다. 담배산업은 거대한 변화의 한가운데 서 있으며 이런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면 코닥처럼 몰락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