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에서 중간지주회사를 도입한다면 SK텔레콤이 그룹 중간지주사 역할을 맡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이에 따라 SK텔레콤이 '투자'와 '사업' 부문으로 인적분할에 나설 가능성이 클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투자부문은 그룹 M&A에, 사업부문은 기존 통신사업을 지속하는 '투-트랙 전략'이다.
하이투자증권은 17일 SK그룹이 'SK텔레콤'을 그룹 중간지주회사로 도입하면서 지배구조 개편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주 SK그룹 연례 최고경영자(CEO) 세미나에서 중간지주회사 도입 등 지배구조 개편방안이 공론화됐다"며 "SK그룹이 중간지주회사로 개편되면 사업 효율성 제고를 통한 시너지 효과가 생기고 기업 인수·합병(M&A) 등 투자가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연구원은 "중간지주회사 도입의 연장 선상에서 SK텔레콤이 인적분할할 가능성이 크다"며 "SK텔레콤을 투자부문(가칭 SKT홀딩스)과 사업부문(가칭 SKT사업)으로 인적분할하면 SK 자회사로 SKT홀딩스가 자리잡고, SKT홀딩스는 SKT사업, SKT플래닛, SK하이닉스 등을 자회사로 거느리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반도체를 핵심사업으로 만들기 위해 SK하이닉스를 SK의 자회사로 만드는 지배구조 개편이 이뤄질 수 있다"며 "SK가 자체사업인 정보기술(IT)서비스 부문과 SKT홀딩스가 소유한 SK하이닉스 지분을 교환해 SK하이닉스를 자회사로 만드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방안은 자체사업인 IT서비스 부문의 가치상승이 이뤄져야 하므로 SK에 수혜가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분석은 지난해 8월 특사로 석방된 최태원 SK회장을 중심으로 추진 중인 그룹 사업구도 재편과 일맥한다.
최근 SK네트웍스는 동양매직 인수와 시내 면세점 사업 도전을 위해 60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결정했다. 반면 패션사업부는 정리 수순에 나섰다. 그룹 전반적으로 주력 사업을 새롭게 확정하고 '선택과 집중'하겠다는 최 회장의 의지로 풀이된다.
앞서 최태원 회장과 SK 관계사 CEO들은 지난 12일부터 2박 3일간 경기도 이천 SKMS연구소에서 CEO 세미나를 개최했다. SK관게자들은 "독하게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인식이 역력했다"고 이 자리의 분위기를 전했다.
각 관계사는 최 회장이 지난 6월 확대경영회의에서 주문한 변화와 혁신을 위해 △산업 선도모델 구축 △치열한 문제 해결 등 실행력 제고 △글로벌 인재 확보와 핵심인재 육성 △글로벌 영토 확장을 위한 기술력 확보 △임직원 역량을 최적화할 업무환경 도입 등의 과제를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통신사업은 직접적으로 정부 규제를 받는만큼 M&A와 신규사업 진출 등에 제약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SK텔레콤에 국한되지 않고 그룹 전반적으로 사업구조 개편으로 보는게 맞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