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전무가 현대중공업에 들어온 것은 2009년 1월로 재무팀 대리로 입사했다. 이후 미국 유학을 떠나 2011년 보스턴컨설팅그룹 한국지사에서 컨설턴트로 일했다. 정 전무가 현대중공업에 본격적으로 발을 담근 것은 2013년이다. 당시 경영기획팀 선박영업부 수석부장으로 복귀해 본격적인 경영승계 과정을 밟기 시작했다.
정 전무는 이듬해 10월 상무보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상무로 승진했다. 이어 1년 뒤인 2015년 11월에는 전무로 승진하면서 조선과 해양영업총괄부문장까지 맡아 핵심부서를 모두 총괄하게 됐다. 정 전무의 승진은 재계에서도 파격이었다. 33세에 현대중공업 사상 최연소 전무 타이틀을 달았고 재계에서도 역대 최연소 남자 임원이 됐다. 재계는 정 전무의 초고속 승진 이유를 현대중공업의 경영난에서 찾고 있다. 전문경영인 체제에서 회사가 어려움에 부닥치자 경영수업 속도가 빨라졌다는 시각이다.
정 전무는 또 2014년부터 세계해양박람회, 포시도니아, 국제 선박·조선·해양기술 기자재박람회(SMM) 등 주요 조선업 관련 박람회에 참석해 전 세계 메이저 선주사 대표들과 만남으로써 자신의 입지를 넓히고 있다. 2015년 세계 최대 석유회사인 아람코와 전략적 협력관계 구축 양해각서(MOU) 체결을 이끌어냈고 올해 4월과 6월에는 ‘LNG18’, ‘포시도니아 2016’ 등에 참석해 교류를 맺었다.
정 전무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후하다. 경제학을 전공하고 MBA 과정을 거친데다 현대중공업 입사 후로는 기획부터 영업까지 핵심 부서를 거쳐 경영 안목과 실무 능력을 어느 정도 갖췄다는 평가다. 현대중공업 입사 당시부터 이충동 당시 현대중공업 부사장과 이재성 전 현대중공업 회장으로부터 받은 경영수업이 주효했다는 시각도 있다.
2014년 임원으로 승진하면서 경영 전면에 등장하자 공식 프로필 사진을 기존 정장 차림에서 현대중공업 로고가 새겨진 근무복 사진으로 교체했다. 현장경영을 강조하면서도 중후한 이미지를 더했다는 평가를 얻었다.
한편 정 전무의 초단기 승진에 현대중공업 노조는 수익성 개선보다는 경영권 승계를 위한 밑그림 그리기에 몰두한다는 비판을 하기도 했다. 노조는 지난 6월 “정기선 전무는 재입사 3년 만에 초고속으로 승진해 그룹 기획실 부실장과 선박·해양 영업을 총괄하는 직책을 맡고 있다”며 “그러나 회사가 그토록 어렵다고 아우성을 쳐도 수수방관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은 무책임한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