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과 연계된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공청회가 밀실에서 개최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 한·칠레 FTA 추가 개방으로 농축산물의 피해가 우려되는 데도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경제적 타당성 분석 보고서 내용도 공개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에 따르면 지난달 8일 오후 3시 서울 삼성동 코엑스 203호에서 산업부 FTA정책관과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전국농민회총연맹, 한돈협회, 농협중앙회 등 농업계 관계자 6명을 포함해 40명 정도만이 참석한 채 TPP 가입과 연계한 ‘한·칠레 FTA 개선 추진 공청회’가 열렸다.
김 의원은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통상연구실장, 권기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권중남미팀장, 이주미 코트라 전문위원 등 전문가들이 한목소리로 한·칠레 재협상을 통한 TPP 추진을 독려해 농업계 이해관계자들의 우려를 자아냈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농업관련 기관인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한석호 FTA 지원센터장은 “한국은 이미 15건의 FTA가 발효돼 한·칠레 FTA를 개선하더라도 무역전환효과가 주로 발생해 농업계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면서도 “과일·과채류의 경우 검역에 따른 수입금지품목이 많은데 개선논의 때 이에 대한 추가 협상은 하지 않길 바란다”는 이중적 입장을 보였다고 김 의원은 전했다.
한·칠레 FTA 재협상은 TPP 가입의 물꼬를 틀 수 있다는 점에서 농산물 추가개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칠레는 12개 TPP 회원국의 하나로, 우리나라의 TPP 가입조건으로 FTA 추가협상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업계는 재협상에 강력 반발하고 있는 상태다.
김 의원은 “쌀뿐만 아니라 FTA 체결 때 여러 부문과 품목에 걸쳐 개방을 유예했던 아세안, 칠레 등과의 재협상에서 농산물 시장을 더 열어야 하는 우리 입장에선 상당히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라며 “산업부는 제출을 요구한 한·칠레 FTA, 한·아세안 재협상 관련 경제적 타당성 분석 보고서도 협상전략 운운하며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