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도요타와 스즈키는 도요다 아키오 사장과 스즈키 오사무 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열고 양사가 환경과 안전, 정보·기술(IT) 분야에서 제휴를 맺고 연구·개발(R&D)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도요타는 세계 자동차산업의 선두주자이지만 단독으로 자율주행차와 친환경 등의 기술을 보급하긴 어렵다고 판단, 자국 기업들과 손 잡고 첨단 기술을 선도하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도요타는 트럭전문업체인 히노자동차와 1966년 업무 제휴한 이후 일본 경차 부문 1위인 다이하쓰공업 등과 일대 그룹을 형성했다. 올해 8월에는 51% 이상 출자한 다이하츠 지분을 전부 사들여 완전 자회사화하는 등 그룹의 결속을 진행해왔다. 도요타와 히노 다이하쓰 등의 일본시장(경차 포함) 점유율은 지난해 40%를 넘었다.
또 도요타는 외부와의 협력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2000년대 들어서는 경영난을 겪었던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고 후지중공업, 이스즈자동차 등과 잇따라 자본·업무 제휴를 맺었다.
신문은 최근 도요타의 제휴 전략에서 근본적인 변화가 엿보인다고 분석했다. 과거에는 풍부한 자금을 바탕으로 어려움에 직면한 기업을 지원하면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전략을 취해왔지만 지금은 기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마쓰다와 지난해 환경과 안전 부문에서 기술 제휴를 맺은 것도 자본 관계에 따른 결합보다는 미래 기술을 노린 한 수였다고 신문은 풀이했다.
20세기에는 자동차 기업들이 무작정 몸집 불리기에만 열을 올렸지만 최근 10년간은 기술의 급속한 발전에 따른 개발 부담을 덜고자 손을 잡는 사례가 많아졌다고 신문은 전했다. 독자 노선을 고집해온 혼다도 지난 2013년 GM과 연료전지 자동차 분야에서 기술 제휴을 맺었다. 뿐만 아니라 미국 구글이나 영국 ARM 등 IT 기업들도 자동차 분야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도요타가 스즈키와 손을 잡게 된 것도 인도 등 신흥국 공략에서 협력하려는 측면도 있지만, 더 중요한 건 첨단 기술 개발이라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이런 협력을 통해 IT 기업과도 경쟁할 미래 기술 표준을 둘러싼 싸움에서 우위에 서겠다는 목적도 있다.
도요타가 스즈키와 손을 잡으면서 일본시장 점유율은 파트너사를 포함해 60%를 넘게 된다. 이로써 도요타는 일본 내 차세대 기술개발 경쟁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도요타의 아키오 사장은 “자동차 산업을 둘러싼 환경이 크게 바뀌는 지금 필요한 것은 변화에 대응하는 힘”이라며 “개별적으로 기술을 개발하는 것 이외에 같은 뜻을 가진 동지를 만드는게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더 좋은 자동차를 만들고 자동차산업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활동이라면 우리는 항상 열린 자세로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