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이 고의적으로 악재 공시를 지연시켰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2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심상정 의원(정의당)이 한국거래소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미약품이 독일 베링거인겔하임과 계약 파기 사실을 알리는 악재 공시를 고의적으로 늦춘 정황이 포착됐다. 지난달 29일 미국 제넨텍과 기술수출 계약을 한 ‘호재 공시’ 는 유선으로 거래소에 통보했지만 다음날(30일) 오전에는 독일 베링거인겔하임과 계약이 파기된 ‘악재 공시’를 앞두고 시간이 촉박함에도 직접 거래소를 찾아와 늑장을 부렸다는 것이다.
한미약품은 지난달 29일 오후 1시께 제넨텍에 1조원대 항암제 기술을 수출한 사실을 거래소에 알렸다. 이후 4시 33분 ‘기술도입·이전·제휴 계약체결(자율공시)’를 통해 해당 사실을 공시했다.
그러나 다음날 오전 8시 40분경 한미약품 측은 거래소를 직접 찾아와 공시부 공시2팀장 등에 주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정공시 내용을 알렸다. 거래소 관계자는 “공시2팀장이 9시 전 신속하게 공시토록 5~6회에 걸쳐 요구하고 추가 정정 사항은 우선 공시 후 반영하라고 재촉했지만 한미약품 공시 담당자는 회사에 보고해야 한다며 임원 등과 통화를 계속했다”고 말했다.
거래소는 심 의원에 제출한 자료를 통해 “한미약품이 공시를 하지 않은 채 공시문안 검토 요청, 불성실공시 여부, 장 종료 후 공시 가능 여부 등을 계속 질의했다”고 밝혔다. 결국 해당 정보는 장 시작 후 29분이 돼서야 시장에 공개됐다.
한미약품이 시장이 아닌 사측 임원에 보고를 하던 29분 간 공매도 거래량은 5만566주에 달했다. 거래대금으로는 320억8565만원 규모다. 특히 기관투자자들이 3만9490주(250억5018만원)의 공매도를 던졌다.
금융당국은 자율 공시 사항은 공시 시한이 사유 발생 익일이기 때문에 공시 위반은 아니라고 밝혔다. 다만 정보 비대칭성을 이용한 내부자 거래 또는 미공개정보 이용 행위 여부를 조사 중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자율공시 대상인 기술이전 및 특허 관련 공시를 의무공시로 전환하는 방안을 포함해 공시제도 개선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