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우드펀딩이 영화산업에 도입된 지 불과 반년 만에 ‘큰 손’으로 급부상 중이다. 연내 공연과 전시, 웹툰, 웹 드라마 등 문화콘텐츠 전반으로 펀딩 영역이 확대될 전망이다.
12일 크라우드펀딩 중개업체 와디즈는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필름마켓(AFM)이 주최하는 ‘엔터테인먼트 지적재산권(E-IP) 투자 세미나’에 연사로 공식 초청받았다. 지난 9일 열린 E-IP 세미나에는 와디즈 외에도 SK브로드밴드(IPTV), 카카오(웹·모바일 콘텐츠), TGCK파트너스(한중 문화 펀드) 등 투자 플랫폼별 대표주자 4곳이 연사로 참여했다. 기존 대규모 사업자 외 스타트업으로는 와디즈가 유일하다.
신혜성 와디즈 대표는 이날 세미나에서 콘텐츠 자금 조달 시장에서 크라우드펀딩의 역할에 대해 소개했다. 신 대표는 “창작자가 직접 자금 조달에 나서 증권을 발행할 수 있는 시장이라는 점에서 금융 생태계는 물론 문화산업에도 큰 의미가 있다”며 “일반인이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에서 나아가 콘텐츠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투자로 참여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은 올 1월 처음 시행됐다. 영화 등 문화콘텐츠에 펀딩이 이뤄진 것은 지난 4월 영화 ‘인천상륙작전’이 처음이다. 불과 6개월 새 ‘덕혜옹주’, ‘사냥’, ‘환절기’, ‘걷기왕’ 등 영화가 펀딩에 도전했다. 11일 1억원 목표금액 모집에 성공한 ‘재심’을 포함하면 총 12억7930만 원(덕혜옹주 제외 12억2400만 원) 규모의 투자금이 수혈됐다.
덕혜옹주 한 건을 제외하고는 모두 펀딩에 성공해 영화 콘텐츠의 펀딩 성공률은 83.3% 수준이다. 이는 크라우드펀딩 전체 참여 건수 대비 성공률과 비교해봐도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한국예탁결제원 집계에 따르면 지난 1월 이후 이날까지 펀딩에 나선 회사 149곳 중 목표금액의 80% 이상을 모집한 기업은 79곳(53.2%)에 불과하다.
크라우드펀딩 업계 관계자는 “영화 등 문화콘텐츠 펀딩은 크라우드펀딩을 모르는 투자자의 관심도 쉽게 끌 수 있어 중개사들이 눈여겨보고 있다”며 “그러나 소수 업체를 제외하면 진입장벽이 높은 영화 업계에 스킨십(접촉)할 수 있는 인력이 없어 아직 투자풀 자체가 크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영화 펀딩을 진행 중인 중개업체는 와디즈와 IBK투자증권 단 두 곳뿐이다. IBK투자증권은 기존에도 영화 투자를 진행하던 금융투자회사로 ‘인천상륙작전’을 처음 펀딩에 올려 성공시켰다. 와디즈는 IBK기업은행에서 문화콘텐츠 투자를 담당하던 윤성욱 이사를 영입한 이후 영화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는 중이다.
와디즈 관계자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기존 영화산업 관계자뿐 아니라 웹툰과 웹드라마, 전시, 공연 등 다양한 콘텐츠 담당자들이 크라우드펀딩에 관심을 보였다”며 “이달 말에도 음악극 ‘올드위키드 송’의 펀딩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