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 사태에 애플이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그러나 아이폰에 이와 비슷한 일이 발생했다면 애플은 삼성보다 더 큰 충격을 받아야 했을 것이라며 경계심을 늦춰서는 안된다고 11일(현지시간) 미국 금융전문매체 마켓워치가 보도했다.
갤럭시 스마트폰과 태블릿이 포함된 삼성의 ITㆍ모바일ㆍ통신사업부는 지난 분기 25조5600억 원으로 회사 전체 매출의 52%를 차지했다. 그러나 애플은 삼성보다 더 모바일 기기에 의존하고 있다. 최근 분기 아이폰이 애플 전체 매출에서 차지한 비중은 57%였다. 아이패드를 포함하면 그 비중은 67%로 뛴다. 애플이 스마트카와 증강현실(AR) 등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가시적인 성과는 나오지 않았다. 애플케어와 애플뮤직 등 서비스 분야가 성장해 현재 아이폰에 이은 애플의 두 번째 수입원이 됐다. 서비스 부문의 성장도 아이폰이 뒷받침돼야 가능한 것이라고 마켓워치는 지적했다.
반면 삼성은 냉장고와 TV, 반도체 등 매우 다각화된 사업구조를 갖고 있다. 반도체사업은 지난 분기 삼성 매출의 23.5%, 디지털 가전과 프린터, 의료장비 등 소비자가전 부문은 23.0% 비중을 각각 차지했다. 맥쿼리리서치의 대니얼 킴 애널리스트는 “갤럭시노트7 단종이 일시적으로 모바일 사업부 순이익을 황폐화시킬 수 있어도 삼성 부품 사업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물론 이번 사태로 막대한 비용을 치를 전망이다. 에디슨투자리서치의 리처드 윈저 애널리스트는 “리콜 하나로만 삼성이 치를 비용은 20억~25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며 “여기에는 각국 정부의 조사, 매출기회 상실 등을 포함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니얼 킴 애널리스트도 “올해 4분기 이번 사태에 따른 비용이 1조4000억 원에 달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노트7 충격으로 내년 순이익이 3% 감소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특히 브랜드에 가해진 충격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윈저 애널리스트는 “진정한 이슈는 브랜드와 평판”이라며 “리콜이 원활하게 진행되면 괜찮겠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마켓워치는 삼성과 비슷한 위치에 있는 애플에도 같은 논리를 적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언제든지 품질 문제가 터지면 막대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독립 브랜드 투자전략가인 롭 프랑켄은 삼성의 초기 대응에 아쉬움을 표시했다. 그는 “보잉은 지난 2013년 787 기종에서 배터리 과열 문제가 터져 일시적으로 운항을 중단하는 사태가 일어났을 때 삼성보다 더 선제적으로 대응했으며 내부 조사를 통해 솔루션을 찾아냈다”며 “소비자들은 기억을 오래 간직하지 않고 종종 용서한다”고 말했다.
대니얼 킴 애널리스트는 “대중 사이에서 이런 부정적인 일이 널리 퍼지는 것은 삼성 브랜드 가치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그러나 삼성이 내년 갤럭시S8 출시 전에 문제를 찾아내 해결할 수만 있다면 이번 사태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