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비용, 저효율 구조의 기존 항암 면역세포치료제 시장의 판도를 바꾸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연구개발에 매진, 이를 실현시킬 수 있는 핵심 플랫폼을 확보했다. 우리가 개발하고 있는 치료제 ‘BVAC’은 기존 항암 면역치료제의 패러다임을 혁신적으로 바꾸는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다.”
셀리드의 오태권 연구소장은 최근 바이오스펙테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힌 후 “우리는 세계 최초의 항암백신인 ‘프로벤지’를 포함한 기존 항암면역세포치료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기술력을 확보했으며, 이를 치료제 개발에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 소장이 언급한 '프로벤지'는 2010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허가한 세계 최초의 치료용 암백신으로 덴드리온이 개발한 전립선암 치료제다. 암 치료백신의 시장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약이다. 치료용 암 백신은 이미 병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면역체계 활성화를 통해 치료하고 이후 기억면역까지 형성, 재발을 막는다는 점에서 기존 백신과는 전혀 다른 치료제 영역이다.
프로벤지는 1인당 10만달러에 이르는 비용에도 생존기간을 크게 늘리지 못하는 등 효능이 떨어져 상업화에 성공하지 못했다. 덴드리온 역시 파산의 길을 걷게 됐다.
셀리드는 프로벤지가 걸었던, 그리고 그 뒤를 이어 개발된 면역세포치료제들이 갖고 있는 단점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대표인 강창률 서울대 약대 교수가 플랫폼 기술을 확보했다.
먼저 체내에 극소량이 존재하기 때문에 필수적으로 외부에서 배양과정을 거쳐야 하는 수지상세포가 아닌 'B세포' 및 '단구'를 이용함으로써 비용을 크게 낮추겠다는 설명이다. 기존 회사들이 수지상세포를 타깃으로 한 것은 수지상세포의 항원제시능력이 다른 세포들에 비해 뛰어나기 때문인데 셀리드는 B세포나 단구에 항원제시능력을 제고할 수 있는 자체 개발한 면역증강제를 결함시킴으로써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
여기에 아데노 바이러스를 이용해 암 항원을 DNA 유전자 형태로 전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고효율의 면역반응을 유도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B세포나 단구 내에 항원의 유전정보를 가진 아데노바이러스를 투입해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설명이다.
셀리드는 이미 지난 9월 항암 면역세포치료제인 'BVAC-C'에 대해 두경부암과 자궁경부암을 대상으로 국내 임상1상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국내 세포치료제 전문기업인 녹십자셀과 임상시험용 의약품 위탁생산 계약도 체결했다. 녹십자셀은 셀리드의 지분 8.56%를 보유하고 있다.
셀리드는 임상 1상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되는 2018년 하반기에 상장하는 것을 목표로 내년초 주관사를 선정하는 등 상장 준비에 나설 계획이다.
◇ 몸 안의 방어벽, 면역 그리고 항원제시세포
면역체계에서는 항원이 인지되고 제시됨으로 다른 면역세포들을 활성화시키는 단계를 거치게 되는데 이러한 기능을 수행하는 세포를 항원제시세포라 한다. 인체의 면역체계가 항원제시세포로 사용할 수 있는 세포는 수지상세포(Dendrite cell)와 단구/대식세포(Monocyte), B세포이다.
수지상세포를 이용한 세포활용 백신 치료기전은 많은 연구가 이뤄졌다. ‘프로벤지’도 수지상세포를 기반으로 한 면역항암제이다. 하지만 수지상세포의 경우 체내에 굉장히 소량이 존재하여 제품화를 진행할 만한 양이 부족한 단점이 있다. 이 때문에 채취 이후 반드시 배양 과정을 거쳐야 해 생산비용이 높다. 또한 수지상세포의 생존기간이 짧아 시간적 제약이 존재한다.
오 소장은 셀리드에서 개발 중인 BVAC은 기존의 수지상세포 기반의 세포 암 백신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한 2가지 전략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첫 번째 전략은 체 내에 적게 존재하는 수지상세포 대신 혈액 속에 풍부한 B세포와 단구를 사용하는 방법이다. 배양 공정 없이도 제품화 하는 데 충분한 양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평균 제품 제작비용의 절반 이하로 비용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환자의 성분혈액에서 B세포와 단구를 확보하고 BVAC을 맞춤 제작해서 완제품을 만드는데 필요한 시간은 하루면 충분합니다. 환자가 백혈구를 제공하고 집으로 돌아가서 3일 뒤면 투약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저희의 목표입니다. 혈액 채취 1번으로 수 회 주사할 용량을 제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용적인 측면의 가치가 높습니다.”
B세포 및 단구는 혈액에 다량 존재하며 체외 증식이 쉽고 정맥 투여 후 림프 기관으로 이동해 항원 제시 세포로서 적용될 수 있는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공자극을 효과적으로 제공하지 못해 약한 면역원성을 나타내기 때문에 널리 이용되지 못했다.
셀리드가 개발한 BVAC은 B세포와 단구가 수지상세포보다 항원제시 효율이 떨어지는 단점을 해결할 수 있는 자체 특허기술을 적용했다. 세포의 표면에 면역증강제로 알파-갈락토실세라마이드를 부착하여 면역원성을 증가시킨 것. 알파-갈락토실세라마이드는 해면동물에서 추출된 당지질의 일종으로 B세포와 단구 표면의 CD1d 분자에 적재돼 자연살해 T세포와 직접적으로 상호작용을 한다.
활성화 된 자연살해 T세포는 다시 B세포와 단구를 활성화시킨다. 또한 자연살해세포를 이용해 암 세포를 직접 공격하거나 사이토카인을 분비를 통해 세포독성 T세포를 활성화 시켜 항원-특이적 생체 내 세포 독성 면역 반응을 유도한다.
오 소장은 “우리 기술은 B세포와 단구를 수지상세포와 동등한 효율을 가진 항원제시세포로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고 강조했다.
◇검증된 항원으로 타깃 공략
세포면역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항원이다. 제공한 항원이 얼마나 정확한가에 약의 효능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항원-항체 면역반응에서 항체는 항원결정기(Epitope)에 특정적인 결합을 해 기능하게 되는데 현재 면역치료제에서 많이 사용되는 펩타이드 항원의 경우, 1개에서 수개의 항원결정기를 가진다.
셀리드는 두번째 전략으로 아데노바이러스를 이용, 암 항원을 DNA 유전자 형태로 전달해 B세포와 단구에서 항원으로 발현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이것은 10~20개의 항원결정기를 사용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가진다. 이를 통해 효율이 높은 더 강력한 면역반응을 유도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결막염이나 감기 등의 원인 바이러스로 알고 있던 아데노바이러스를 이용하면 체내에서 증식을 통해 부작용을 가지지 않을까? BVAC에 사용하는 아데노바이러스는 복제가 이루어지지 않도록 치환 변형된 형태이기 때문에 체내에서 복제, 증식하지 않는다. BVAC은 체내로 들어가 다양한 면역기전을 활성화시켜 강한 면역 체계를 구축한다.
오 소장은 “다양한 항암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것은 체내 암세포들의 비균질성을 극복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즉, 대부분의 암세포는 세포독성림프구에 의해 제거되지만, 세포독성림프구에 저항성을 나타내는 암세포는 자연살해세포에 의해 제거가 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셀리드 임상 1상 돌입..두경부암·자궁경부암 타깃
셀리드에서는 BVAC을 이용해서 인유두종 바이러스 원인 암 치료제 BVAC-C를 개발하고 있다. 인유두종 바이러스 HPV는 파포바 바이러스과에 속하는 바이러스로 현재까지 100여 종이 알려졌다. 성교 등에 의해 접촉 감염되는 HPV는 두경부암, 자궁경부암, 항문암 등의 원인으로 알려졌다. 고위험군 발암성 인유두종 바이러스 중 가장 중요한 것은 HPV 16/18형이고 70% 이상의 자궁경부암에서 원인으로 작용한다.
BVAC-C는 HPV 16/18형 원인의 암화세포에서 발현되는 E6,E7 단백질을 항원 유전자로 제시한다. 이 항원은 2014년 제넥신의 DNA 백신 임상 1상을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됐다.
셀리드는 면역활성화가 잘 이뤄지는지 확인하기 위해 자연살해세포의 활성 정도를 측정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자연살해세포의 활성화 시에 증가하는 인터페론 감마의 농도를 수치화하고 그래프로 나타냈을 때 BVAC-C 적용했을 때 비교군보다 확실하게 증가한 유의미한 결과를 얻었다.
또 전암단계가 아닌 진행중인 암을 타깃으로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이미 종양이 크게 생성된 동물에게 BVAC-C를 주사, 비교군과 종양의 크기를 비교하는 실험을 진행하였다. 마우스에 암을 이식, 10일 뒤 종양 크기를 측정하고 BVAC-C를 총 3회 주사하였다. 관찰 기간동안 대조군에서는 종양이 계속 성장한 반면, BVAC-C 적용동물에서는 종양의 성장이 억제되는 것을 관찰했다.
BVAC-C는 기억면역반응 능력을 확인하기 위한 실험에서도 대조군에 비해 월등한 종양 억제능력을 보여 치료 이후 재발 방지에도 효과적임을 보여줬다.
셀리드는 현재 이러한 전임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안정성 확보와 예비유효성 확인을 위한 국내 임상 1상을 수행 중이다. 먼저 자궁경부암 대상으로 진행하고 이후 두경부암으로 확대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위암, 유방암, 난소암 등에서 발견되는 HER-2/neu 항원을 이용한 BVAC-B 역시 임상을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위암은 세계 5대 암 중 하나로 한국, 중국 등 동아시아에서 환자 70% 이상이 발생한다. 글로벌 제약사의 연구개발에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있지만 위암 3기의 경우 5년 생존율이 20% 미만인 심각한 질환이다. 그 중 HER-2가 암세포에서 과다 발현되는 HER-2 양성위암의 경우 예후가 특히 불량하고 현재 사용되는 치료법인 단클론항체에 대한 내성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BVAC-B는 HER-2에서 유래하는 HER-2/neu 유전자를 항원으로 사용한다. HER-2/neu 역시 타 사 제품의 임상을 통해 타깃으로서의 효율성이 확인된 상태이다. 이처럼 이미 검증된 항원을 사용해 경쟁 치료제가 있는 것에 대한 우려에 “항원은 대중적으로 알려져 있지만 우리는 약효에 대한 자신감이 있다”고 말했다.
BVAC-B를 적용한 마우스 암 모델에서 자연살해 세포의 활성화는 물론 세포독성 T세포 작용이 증가하고 항체 생성 역시 대조군에 비교해 유의미한 결과를 얻었다.
셀리드는 HER-2 양성 위암 환자를 대상으로 BVAC-B 임상을 진행하고 차후 유방암, 폐암, 난소암, 췌장암 등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오 소장은 "첫 번째 파이프라인은 원천기술, 두 번째는 시장성을 타진할 수 있는 파이프라인이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