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국민투표 이후 급락한 파운드화 가치가 오히려 브렉시트 충격을 완화해줄 요소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10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3개월이 지났지만 영국 경제가 받은 타격이 그리 크지 않으며 이는 모두 파운드화 가치 급락에 따른 효과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전문가들의 우려와 달리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영국의 고용시장은 비교적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주식시장은 오히려 오름세를 보이고 있으며 영국 국채도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주택시장 매매 움직임도 안정적이고 소비도 나쁘지 않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시장의 우려와 달리 영국 경제가 전반적으로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파운드 급락이 있다고 보고 있다.
단기적 관점에서는 환율 급락세와 그로 인한 금융시장의 패닉은 피할 수 없다는 것은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파운드 가치는 브렉시트 이후 16% 추락했다. 파운드 가치는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6% 급락한 이후 지난 7일 31년래 최저치를 또다시 경신했다. 브렉시트 국민투표가 진행된 지난 6월 23일에는 달러 대비 파운드 가치가 8% 폭락했다. 이는 1967년 11월 18일 이후 최대 일일 하락폭이었다. 그 사이 환율 기준으로 영국 경제 규모는 브렉시트 이후 6분의 1만큼 쪼그라들었다. 지난주 국제통화기금(IMF)은 보고서를 통해 영국 경제규모가 환율기준으로 프랑스에 밀려 5위 경제대국에서 6위를 기록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파운드 가치 급락으로 수입물가가 오르게 돼 소비자들 주머니 사정은 더 나빠지게 되고 그로 인해 소비가 위축된다는 부작용도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장기적 관점에서 통화 약세는 한 국가의 수출 경쟁력을 높여주기 때문에 파운드 급락으로 인해 늘어난 수출로 만회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영국이 고정환율제가 아닌 변동환율제라는 점에서 파운드 급락세로 인한 효과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고 WSJ는 설명했다. 하나는 변동환율제로 우선 통화가치 변동을 통해 자본 순유출로 인한 여파를 흡수할 수 있다. 변동환율제에서는 기준금리 조절로 금융자산의 가격을 조정할 수 있기 때문. IMF 수석 경제이코노미스트이자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인 케네스 로고프 교수는 “만약 영국이 여전히 고정환율제를 유지하고 있었다면 영국 경제는 폭발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파운드화가 유로화와 달리 영국이 자체적으로 쓰는 통화라는 점도 파운드 약세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요소다. 영국이 독자적으로 화폐를 사용하기 때문에 그만큼 독립성이 높아 상황에 맞게 통화정책을 실행할 수 있기 때문.
하지만 파운드 가치 하락이 브렉시트의 장기적 충격을 얼마나 상쇄할지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남아있다. 영국이 EU라는 단일시장에서 실제로 이탈한 후에야 브렉시트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가시화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알랜 몽크 JP모간체이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환율이 단기에 완충적인 역할을 할 수 있겠지만 제조업의 수출과 생산을 대폭 이끌만한 원동력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