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1년 시작된 효성가 자제들의 형제의 난과 오너가의 탈세, 배임, 횡령 등 갖가지 송사에도 불구하고 사업부문의 성장세는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조석래 회장의 장남인 조현준 사장과 삼남인 조현상 부사장이 이끄는 쌍두마차 체제가 빛을 발하면서 효성가 3세 경영 체제가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경영권 승계보다 안정적인 지분확보 우선 = 안정적인 경영권 유지를 위해 조현준 사장과 조현상 부사장의 지분매입이 지속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조현준 사장은 올해 들어 효성 지분 36만805주를 장내에서 사들였다. 특히 지난 달에만 12만4052주를 사들인 조 사장은 보유 지분율이 지난해 말 12.69%에서 13.80%로 크게 증가했다.
조현상 부사장도 지분 매입에 동참하고 있다. 조 부사장은 올해 들어 지난 4월까지 19거래일에 걸쳐 13만9032주를 장내에서 사들였다. 보유지분율은 지난해 11.73%에서 12.21%로 약 0.5%포인트 늘었다. 이들 두 형제가 올해 지분을 사들이기 위해 투자한 금액은 모두 550여억 원에 달하고 있다. 두 사람의 자사주 매입은 오너 일가의 경영권 안정을 위한 목적이 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는 지난 2013년 조석래 회장의 차남인 조현문 전 부사장이 7%가 넘는 지분을 기관투자자에게 매각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지난 1998년 미국 헤지펀드인 아팔루사로부터 경영권 위협을 당했던 경험이 있는 효성가는 당시 오너가의 보유지분이 33% 수준에서 26%대로 크게 떨어졌다. 현재 장남과 삼남에 이어 조 회장 일가의 지분율은 다시 36.97% 수준으로 높아졌다.
하지만 다른 일각에서는 형제간의 경쟁적 지분 매입이 후계 구도를 염두에 둔 경쟁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경영권 안정을 위한 오너가의 지분율이 높아졌으며, 업황 개선 등으로 실적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지분매입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같은 의혹을 사고 있다.
이에 대해 재계 한 관계자는 “조현준 사장 형제의 지분 매입은 후계 경쟁으로 보기 어렵다”며 “이미 조 회장의 2남인 조현문 전 부사장과 형제의 난을 벌인 이들이 또 다시 경쟁을 벌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속적인 지분 매입은 조석래 회장이 향후 자신의 지분을 증여할 때 세금 등 문제로 지분이 축소될 수 있어 이를 염두에 둔 사전포석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후계구도는 장자 승계 원칙(?) = 올 하반기 들어서는 조현준 사장만이 효성 지분을 늘리고 있어 후계구도가 이미 정해진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게 하고 있다. 9월 들어서도 지속적으로 효성 지분을 매입하고 있다. 조 사장이 다른 가족들과 함께 주식을 사지 않고 단독으로 지분을 늘린 것은 2014년 5월 이후 2년 만이다.
이에 따라 조 부사장과의 지분율 차이는 1.59%포인트로 벌어졌다. 지난해말 두 사람의 지분율 차이는 1%포인트 미만이었다.
현재 조현준 사장은 13.80%의 지분을 보유해 효성 최대주주에 올라 있다. 2대 주주는 조현상 부사장으로 12.21%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조 사장은 또 주력 계열사인 효성ITX(37.91%)와 갤럭시아컴즈(33.26%)의 최대주주에 올라 있어 그룹의 핵심 사업을 장악하고 있다.
조 사장은 현재 전략본부장으로 그룹 경영을 아우르는 역할을 하면서 동시에 그룹의 주력사업인 섬유PG와 미래성장동력으로 꼽히는 정보통신PG를 맡고 있다. 중공업PG도 조 사장이 사실상 책임지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효성그룹은 전통적으로 장자승계 원칙을 지켜왔던 만큼 조 회장도 장남인 조 사장에게 주식을 증여할 가능성이 크다”며 “아직까지는 승계 방향이 불투명한 상황으로, 결국 조 회장이 보유한 효성 지분 10.15%의 향방이 경영승계의 주요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조현상 부사장 입지 탄탄...계열분리 가능성은(?) = 한편 조현상 부사장의 그룹내 입지도 탄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계열 분리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조 부사장은 지난 2013년 2월 효성의 등기이사에 선임되면서 급격히 외연을 넓혀가고 있다.
효성그룹은 섬유, 소재, 중공업, 화학, 건설, 무역, 정보통신 등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중이다. 이 가운데 조현준 사장이 섬유와 중공업, 건설, 무역 등 주력사업 대부분을 물려받고, 조현상 부사장은 산업자재와 화학부문을 들고 독립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미 조석래 회장도 그룹을 물려 받을 때 형제들과 계열사를 분리한 바 있다. 당시 조홍제 효성그룹 창업주는 장남 조석래 회장에게 그룹의 중심인 효성물산을, 차남 조양래 회장에게 한국타이어, 삼남 조욱래 회장에게 대전피혁을 각각 물려줬다.
효성이 현재 탄소섬유사업에 힘을 쏟고 있는 가운데 조 부사장이 관련 사업부문을 떼 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탄소섬유는 미래 산업소재로 주목받으면서 매년 10%씩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시장이다. 효성은 2020년까지 세계 탄소섬유 시장의 10%를 차지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또 조 부사장이 메르세데스벤츠의 공식수입판매사인 더클래스효성 지분을 효성으로부터 인수해 최대주주에 오르면서 이 또한 계열분리를 위한 사전포석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