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지난 4일(현지시간) ‘Made by Google’ 이벤트에서 발표한 픽셀폰은 구글의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집대성한 결정체라 할 수 있다.
픽셀폰은 구글이 소프트웨어는 물론 하드웨어까지 직접 만든 첫 스마트폰으로, 주역은 단연 AI 비서 기능인 ‘구글 어시스턴트(Google Assistant)’다.
뉴스위크는 픽셀폰에 대해, 구글이 애플과 함께 모바일 운영체제(OS) 시장의 양강 중 하나로서 회사의 철학을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선 뉴스위크는 수직통합 모델로 스마트폰 시장의 강자로 우뚝 선 애플의 철학이 승리한 것이라고 전했다. 20년 넘게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수평분업과 수직통합 중 어느 쪽이 유효한가를 놓고 찬반 양론이 일었다. 1980년부터 2000년대까지 PC 전성시대에는 수평분업이 우세했다. 수평분업이란 반도체는 인텔, OS는 마이크로소프트(MS), 컴퓨터 하드웨어는 NEC와 후지쯔 같은 PC 회사가 각각 담당하는 형태를 말한다. PC 업계가 가격 경쟁을 벌인 덕분에 MS의 윈도 OS를 탑재한 PC는 점점 가격이 낮아져 직장과 가정에 널리 보급됐다.
그 한편에서 애플은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까지 한 회사에서 일괄 제조하는 수직통합을 고집했다. 이는 성능 면에서는 높이 평가됐지만 가격 면에서는 윈도 PC에 밀려 시장 점유율에서 크게 뒤졌다. 애플은 2000년대 종반, 스마트폰 전성 시대가 열렸어도 수직통합을 고수했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구글은 수평분업 전략을 추구하며 자사가 개발한 OS인 안드로이드를 무상으로 제공, 애플 이외의 스마트폰 업체들이 일제히 안드로이드를 채용했다. 덕분에 안드로이드의 시장 점유율은 거침없이 확대해 업계 내에서는 한동안 수평분업 모델이 유효하다는 평가가 우세했다.
하지만 안드로이드폰의 점유율은 신흥국과 선진국에서 판이했다. 신흥국에선 꾸준히 성장했지만 선진국에선 아이폰 점유율이 압도적이었다. 또한 수익 측면에서 봐도 애플은 압도적으로 강했고, 그 윤택한 자금을 발판으로 기술 혁신을 계속했다. 반면 안드로이드 진영 내에선 가격 경쟁에 밀려 낙오되는 기업도 나왔다.
뉴스위크는 픽셀폰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모두 구글이 처음 직접 만들었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이번을 계기로 애플처럼 수평분업에서 수직통합 모델로 전환했다는 점에 더욱 주목했다. 구글은 그동안 하드웨어 업체를 인수하거나 특정 업체와 호흡을 맞춰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공동 개발해왔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자신들이 원하는 시기에 스마트폰을 출시하지 못하자 아예 하드웨어까지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구글은 IT 업계의 수평분업과 수직통합 모델 중 수직통합 쪽을 선택했을 것이라고 뉴스위크는 분석했다. 결국 이는 애플이 추구해온 철학과 맥을 같이하는 것이다.
PC 시대와 달리 스마트폰 시대는 어째서 수직통합 모델이 유리한 것일까. 뉴스위크는 이같은 의문을 던지면서 기술 혁신에 가속도가 붙고 있기 때문이라고 결론지었다. 기술 혁신의 속도가 그다지 빠르지 않으면 타사와 협력해 더 좋은 제품을 더 싸게 공급하면 된다. 그러나 기술 혁신에 가속도가 붙으면 타사와 보조를 맞추기란 쉽지 않다. 소프트웨어 기술자와 하드웨어 기술자가 책상을 나란히 하고 새로운 기술에 대처하지 않으면 시대에 뒤처진다.
뉴스위크는 구글이 수직통합 모델의 유효성을 인정한 것으로 보고, 이제 IT 업계의 쟁점은 한 가지로 축약됐다고 했다. 바로 사생활 보호와 생활의 편리성 중 어느 쪽을 중시해야 하는냐는 것이다. 애플의 경우 사생활 보호를, 구글은 편리성을 중시하고 있다. 애플은 자체적으로 엄격한 사생활 보호 정책을 내세워 과거 데이터는 되도록 삭제하고 있다. 반면 구글은 과거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서비스의 편리성 향상에 힘쓰고 있다. 예를 들어 지메일과 구글맵을 이용할 경우, 호텔 예약 확인 메일을 받음과 동시에 구글캘린더와 구글맵 상에 그 호텔 예약일자와 장소가 표시되는 것이다. 일부는 이같은 상황에 사생활이 침해됐다며 불쾌해할 수도 있지만 일부는 낯선 곳에서 숙박 호텔이 지도상에 표시되는 데에 안도감을 가질 수도 있다.
픽셀폰은 앞으로 AI 기능을 등에 업고 이런 구글의 기술력을 집대성할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픽셀폰으로 찍은 사진과 동영상은 클라우드 상의 무료 스토리지에 오리지널 해상도로 업로드할 수 있다. 검색, 메일, 지도도 마찬가지이며, 이러한 사진이나 동영상도 이용자 개개인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해석된다. 해석하는 것은 당연히 AI의 몫이다. 픽셀폰은 구글 어시스턴트를 적용한 최초의 전화기인 셈이다.
구글은 4일 행사에서 ‘모바일 퍼스트에서 AI 퍼스트로’라는 표현을 썼다. 과거엔 PC 위주에서 스마트폰 위주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개발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젠 스마트폰 위주에서 AI 위주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개발이 집중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전문가들은 구글 픽셀폰은 엄밀히 말해 스마트폰으로서보다는 AI폰으로 평가될 것이라며 사용자들의 편리성 향상을 위해 픽셀폰을 통해 더 많은 사용자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AI에서 통합, 해석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