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가계부채 개선대책으로 주택 대출을 규제하자, 일반대출 수요가 되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8.25 가계부채 대책 등으로 주택 대출이 깐깐해지자, 대출자들이 신용대출로 옮겨타는 이른바 ‘풍선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서베이 결과(2016년 3분기 동향 및 2016년 4분기 전망)’ 자료에 따르면 올 3분기(7~9월) 시중은행의 대출태도지수는 -18를 기록해 지난 1분기 -19에서 개선됐다. 오는 4분기 전망치도 3분기와 같은 -18이었다.
대출태도지수란 대출취급 및 대출기준 심사 조건변화에 대한 은행권들의 방향성을 나타내는 상대적 지표로 중립인 0을 기준으로 ±100 지수로 환산된다. 지수가 낮을수록 대출을 받기 더 어려워진다는 의미다.
대출태도지수를 부문별로 보면 대기업이 -20로 2009년 1분기 -22 이후 7년 반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다만, 4분기 전망은 다소 올라 -13를 기록했다. 중소기업은 -17을 기록해 전분기에 비해 2포인트 올랐다. 4분기 전망 역시 동일했다.
한은 관계자는 “대기업 및 중소기업의 경우 업황부진에 따른 재무 건전성 악화와 규제 자본비율 준수를 위한 위험가중자산 증가 억제 필요성에 따라 대출 태도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조선ㆍ해운업 등의 구조조정에 따른 대출 우려도 일부 보였다”고 설명했다.
가계의 주택대출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3분기 가계주택 대출태도지수는 -27로 2007년 1분기 -41 이후 9년 6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4분기 전망 역시 같았다. 반면, 신용대출인 가계 일반자금 대출태도는 -7로 전분기에 비해 1포인트 내린데 그쳤다. 4분기는 -10을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가계주택의 경우 여신심사 선진화 방안과 8.25 가계부채 대책 등으로 심사가 까다로워진 면이 있다”고 말했다.
대출자에 대한 신용위험은 27로 전분기에 비해 1포인트 낮아졌다. 다만, 4분기는 31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대기업은 20으로 직전분기(28)대비 낮아졌지만, 4분기에는 23으로 소폭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다. 중소기업과 가계는 각각 33, 20일 기록했지만, 다음분기에는 37, 23으로 올라갈 것으로 예측됐다.
한은 측은 “대기업 및 중소기업은 경기둔화에 따른 실적 부진 및 자금상황 악화 우려에, 가계는 소득개선 제약 및 부채 누적에 따른 채무상환부담 증가로 신용위험이 다소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언급했다.
대출수요에 대한 3분기 지수는 22, 4분기 전망은 18로 집계됐다. 대기업은 0과 3, 중소기업은 27과 23을 보였다. 대기업은 글로벌 경기회복 지연 등으로 설비투자 수요가 많지 않은데다, 내부 유보 등으로 자금사정도 대체로 양호한 수준을 유지해 대출 수요 증가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중소기업은 매출부진에 따른 운전자금 수요가 높을 것으로 예측됐다.
가계주택의 3분기 대출수요는 20으로 지난 7월 예상한 -16과 큰 괴리를 보였다. 4분기 전망치는 10으로 다시 큰 폭으로 떨어졌다. 가계 일반대출 역시 3분기 17로 지난 7월 전망치 -13과 큰 괴리를 보였다. 4분기 예상치는 27로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또 다른 한은 관계자는 “3분기에는 8.25 가계부채 대책 시행을 앞두고 가계대출이 크게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가계주택대출은 정부의 규제에 따라 4분기부터 증가세가 둔화되는 모습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주거비 및 생활비 증가로 가계일반 대출 역시 큰 폭으로 올랐다”면서도 “다만, 주택 대출 규제로 대출자들이 일반 가계대출로 몰리는 부분도 일부 있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