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수년간 지속된 불황으로 고전하는 조선업 통합 작업에 박차를 가한다.
중국 양대 해운사인 중국원양운수집단총공사(코스코그룹)와 중국해운집단총공사(CSG)가 산하 조선사업의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고 5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작업이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양사의 조선사업 합병은 내년 초께 공식 발표될 전망이라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두 해운사는 이미 작년에 선단과 항만사업을 통합해 세계 4위 컨테이너선사인 차이나코스코홀딩스를 출범시켰다.
코스코는 여섯 개, CSG는 다섯 개의 조선소를 보유하고 있어 양사가 거느린 조선소는 총 11개에 이른다. 또 코스코는 일본 가와사키중공업과 합작 조선소 두 곳도 운영하고 있다. 가와사키와의 합작사가 합병에 포함될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가와사키는 지난 3일 조선업을 그만둘 수도 있다고 밝혔다.
통합이 성사되면 중국 3위 조선사가 탄생하게 된다. 그러나 해운업계의 불황 속에 조선업도 기록적으로 수주가 줄어 고전하는 상황이어서 새 조선사가 인원과 설비를 감축하는 등 대규모 구조조정을 실시하지 않으면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도 “조선업에서 이익을 내는 것이 가장 중대한 과제가 될 것”이라며 “만일 합병과 함께 워크아웃이 진행되면 비용 절감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감원을 꺼리는 상황에서 경영환경은 매우 좋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사의 조선업이 통합되면 직원 수는 2만5000명이 넘는데 국영기업의 감원은 중국에서 쉽지 않다고 WSJ는 덧붙였다. 그러나 조선업이 최악의 불황을 맞이한 상황에서 중국 정부는 대규모 통폐합으로 돌파구를 마련하려 하고 있다. 양사 조선업 통합 작업에 참여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이번 합병이 중국 양대 조선사인 중국선박공업집단공사(CSSC)와 중국선박중공업집단공사(CSIC) 통합의 모델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은 세계에서 건조되는 신규 선박의 절반을 차지할 만큼 전성기를 누렸으나 최근 4년간 수주 감소로 쇠퇴해왔다. 이에 중국 정부도 적자를 내는 조선사들에 대해 지원을 중단하기 시작했다. 그리스 선박금융 전문 컨설팅업체 XRTC의 게오르게 시라다키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009년 1800개에 이르던 중국 조선소의 약 4분의 3이 정부 지원 중단에 따라 문을 닫았다”며 “정부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엄격한 기준을 맞출 수 있는 몇몇 국영 대기업에 대해서는 통합을 밀어붙히고 나머지는 그들 스스로 운명을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전히 통합이 성공하려면 수요가 살아나야 한다. 중국 조선소들은 올 들어 총 127건, 30억 달러(약 3조3400억 원)의 신규 선박 건조 주문을 받았다. 이는 지난해 621건, 265억 달러와 2014년의 992건, 337억 달러에서 크게 줄어든 것이다.
시라다키스 CEO는 “코스코와 CSG 소속 선박 정비와 유지, 관리 등 수요가 양사 조선업 통합을 뒷받침할 것”이라며 “그러나 이런 통합이 지속되려면 외부로부터 주문이 들어와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