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의 본질 ‘카오스’] 운송혁명 or 시장 파괴자 ‘두 얼굴의 우버’ 자율주행도 넘본다

입력 2016-10-05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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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73개국서 월간 사용자 3000만 명… 올 6월 주행 20억회 돌파하며 서비스 6년 만에 가치 700억달러로 쑥… 무인차 개발 2년 만에 ‘무인택시’ 실험 “150만 기사 일자리 사라질 것” 우려

미국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 캠퍼스(UCLA)를 중퇴하고 사업에서 숱한 성공과 실패를 맛봤던 트래비스 칼라닉은 프랑스 파리 여행 당시 택시를 잡지 못해 고생했던 경험에서 착안해 2009년 가렛 캠프와 함께 우버캡(우버의 전신)을 설립했다. 이렇게 ‘스마트폰 앱으로 차량을 공유한다’는 간단한 발상에서 시작한 우버는 어느덧 파괴적 혁신의 상징이 됐다.

전 세계 곳곳에서 택시기사들이 격렬한 시위를 벌이고 각국 정부가 규제를 모색하며 소송이 끊이지 않는 등 우버는 온갖 논란의 한복판에 서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공유경제와 자율주행 자동차, 인공지능(AI) 등 우버의 사업모델이 제시하는 혁신에 IT에서부터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기업들이 따라가고자 여념이 없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2014년 중국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그룹홀딩과 함께 우버를 ‘올해 최고의 시장파괴자’로 선정했다.

우버는 현재 73개국 450여 도시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월간 사용자 수는 약 3000만 명에 이른다. 지난 6월에는 우버 주행이 20억 회를 돌파했다. 10억 회 주행에 이르기까지 5년이 걸렸으나 20억 회에 걸린 시간은 6개월에 불과했을 정도로 고속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우버가 걷는 길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각종 시위와 법적 논란을 제외하더라도 전 세계 시장에서 경쟁이 격화하면서 비용이 급증하는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우버는 중국시장에서의 출혈 경쟁을 견디다 못해 결국 지난 8월 초 중국법인인 우버차이나를 현지 최대 경쟁사인 디디추싱에 매각하기로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우버가 지난 상반기에만 약 13억 달러(약 1조4365억 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했을 것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우버가 보여준 혁신의 가능성에 열광하고 있다. 지난 2010년 처음으로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우버는 지금까지 180억 달러의 자금을 유치했다. 우버의 기업가치는 현재 700억 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 공유경제의 대명사가 된 우버 = ‘공유경제’라는 용어 자체는 지난 2008년 로런스 레식 하버드대 교수가 글로벌 금융위기 와중에 소유 대신 협업과 공유를 통한 소비 개념으로 창안했다. 그러나 이를 현실화하고 사회 주류로 성장시킨 것은 우버와 에어비앤비다.

우버의 등장에 자동차업체들도 자동차를 소유에 기반한 판매가 아니라 공유에 바탕을 둔 리스의 개념으로 보기 시작했다. 미국 전기자동차업체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이며 혁신의 대명사이기도 한 엘론 머스크는 지난 7월 두 번째 마스터플랜을 공개했다. 이 중에는 테슬라 차량 소유자들이 차를 쓰지 않을 때는 다른 사람과 공유해 새로운 수입을 창출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등 주요 자동차업체 임원들도 자동차 운전자 대부분은 하루에 3~10%의 시간만을 운전에 쓰며 주차료 등으로 막대한 비용을 치러야 한다며 우버가 제시한 공유경제 모델 구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도요타는 지난 5월 우버와 제휴를 맺었다. 도요타가 우버 운전기사에 자동차를 임대하고 리스 비용을 받는 방식이다.

◇ 자율주행·AI, 전통산업의 파괴자로 부상 = 우버는 차량공유 사업모델과 자율주행을 결합하려 하고 있다. 완전한 자율주행 기능이 구현되면 우버는 회사 비용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인건비를 대폭 절감할 수 있게 된다. 또 24시간 운행이 가능하고 교통사고 위험도 줄어드는 등 물류산업에 혁명이 일어나게 된다.

우버의 실험은 올해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우버는 자율주행 차량 개발에 뛰어든다고 선언한 지 거의 2년 만에 지난달 피츠버그에서 무인택시 시험을 시작했다. 8월에는 자율주행 트럭 개발사인 오토모터를 인수했다.

이런 자율주행 기술은 AI가 뒷받침돼야 한다. 차량 내 컴퓨터가 ‘라이더(LiDAR·레이저를 이용한 레이더)’와 카메라 등으로 도로 상황과 기상 등을 파악하고 최적의 루트로 주행하는 것이 자율주행 혁신의 핵심이기 때문.

그러나 이런 우버 혁명이 현실화되면 전통산업의 파괴가 불가피해진다. 이에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공포도 커지고 있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과 차량 공유가 상용화되면 당장 우버 운전기사 150만 명의 일자리가 사라질 위기에 처하게 된다. 바산트 다르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는 “공항까지 무인 자율주행 차량을 이용하면 20달러에 갈 수 있다고 하자. 그런데 운전기사를 대동하면 60달러를 지급해야 한다면 누가 유인 운전차량을 선택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미국트럭협회에 따르면 현지 트럭산업의 고용 인원은 730만 명이며 그중 절반가량인 350만 명이 운전기사다.

미국 자동차 리서치업체 켈리블루북의 칼 브라우어 선임 이사는 “자율주행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게 되는 악몽이 언제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른다”며 “개발작업의 대부분이 비밀리에 진행되기 때문에 그 시기에 대해 앞으로 수년 안에서 30년까지 다양한 예측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는 과거 사람들이 대부분 농업에 종사하고 있었지만 산업의 변화에 따라 새 일자리가 창출됐으며 삶의 질도 개선됐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우버 혁명에 기대를 걸고 있다.

◇ 칼라닉 CEO가 직접 말하는 우버의 목표는 = 그렇다면 칼라닉 우버 CEO가 그리는 우버의 미래는 무엇일까. 그는 지난달 초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나의 목표는 단순히 택시 시장을 붕괴시키는 것이 아니다”라며 “모든 사람이 저렴한 가격에 편리하게 차량공유 서비스를 이용해서 우버가 ‘차량 소유’를 대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칼라닉의 말이 실현된다면 인간들의 삶의 형태가 바뀌는 것은 물론 기업들도 어마어마한 사업 기회를 갖게 된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구글과 페이스북 등 인터넷 거인들을 키운 글로벌 인터넷 광고시장 규모는 연간 1750억 달러로, 택시 시장 규모 1000억 달러를 웃돌고 있다. 모건스탠리의 애덤 조너스 애널리스트는 “‘개인 이동(personal mobility)’과 관련된 글로벌 시장 규모가 최대 10조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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