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가 50년 만기 초장기 채권 발행에 성공했다고 4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외신이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이날 이탈리아의 50억 유로(약 6조2500억원)어치의 50년 만기 채권 발행에 185억 유로의 수요가 몰렸다. 이는 발행액의 4배에 달하는 것으로 올해 50년물 채권을 발행한 벨기에, 스페인 등보다 수요가 더 높았다. 채권 금리는 2.8%였다. 이는 올해 초 발행한 30년물 금리와 비슷한 수준이다. 그만큼 이탈리아가 저렴한 비용에 자금을 조달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러한 높은 수요는 마이너스 금리 영향으로 유럽 선진국의 자금 조달 비용이 줄어든 가운데 투자자들이 수익률에 굶주린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라고 WSJ는 지적했다.
이탈리아는 다른 국채 시장에 비해 확실한 투자처는 아니다. 최근 이탈리아 은행권은 유로존의 경제시스템 뇌관으로 부상했고 오는 12월 개헌 국민투표를 앞두고 정정불안이 고조된 상황이다. 그럼에도 투자자들이 이탈리아의 장기 국채 발행에 몰린 것은 2.8%라는 금리가 다른 국채에 비해 높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 세계적으로 마이너스 금리인 국채 규모가 12조 달러어치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최근 국채 수요가 높은데다 낮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각국 정부들이 초장기 국채 발행에 잇달아 나서고 있다. FT는 한국과 일본도 곧 50년 만기 국채를 발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고 소개했다. 지난해 프랑스도 50년물 채권 발행을 했으며 아일랜드와 벨기에는 올해 100년 만기 국채를 사모 형식으로 발행했다.
앤드류 밀리건 스탠더드라이프인베스트먼트 글로벌 전략 책임자는 “몇 년 전만 해도 불가능하게 들렸던 이러한 채권 발행이 최근 정기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면서 “이탈리아 단기 국채 금리마저 마이너스일 정도로 상당히 많은 채권의 금리가 제로에도 못 미치는 상황인 탓에 장기 채권 투자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