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패소나 직권 취소 등의 사유로 취소한 과징금이 5년여간 1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공정위의 전문성 부족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공정위 과징금 취소액은 대형사건 패소가 매년 반복되면서 2014년 이후 매년 증가해 왔다
4일 공정위가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2년 357억 원이었던 공정위의 과징금 취소액은 이듬해 28억9000만 원으로 줄었다가 2014년 생명보험사 이자율 답합사건 패소 등으로 2408억 원으로 껑충 뛰었다.
지난해에는 정유사 담합 사건 패소가 결정적이었다. 지난해 2월 공정위는 SK,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의 과징금 취소 소송에서 져 2548억 원의 과징금을 취소당했고, 지난해 과징금 취소액은 3853억 원까지 치솟았다.
공정위가 2012년 이후 5년여간 취소당한 과징금은 9955억 원으로 1조 원 턱밑까지 올라갔다.
여기에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취소된 공정위 과징금은 3309억 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과징금 취소액이 커진 데에는 라면값 담합 소송 패소가 큰 영향을 미쳤다. 공정위는 지난해 말 농심과의 라면값 담합 소송에서 패소해 이미 부과한 1080억 원의 과징금을 올해 초 돌려줬다.
이외에도 올해 대우건설, 포스코건설 등이 입찰담합 소송에서 잇따라 패소하면서 과징금 취소 규모가 기록적인 증가세를 보인 지난해 수준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추세라면 연말까지 1조 원을 넘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박 의원은 “승소를 확신했던 사건조차 법원에서 번번이 패소한다는 게 큰 문제”라며 “법 위반 혐의에 대해 적극적 대응 기조를 유지하는 동시에 핵심 사건에 대해서는 확실히 징계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과징금 취소 규모는 대형사건 패소에 의해 좌우되는 경향이 있다”며 “다만 과징금 취소 사유가 발생하면 일단 부과한 과징금을 모두 취소한 뒤 재산정해 부과하기 때문에 실제 최종적으로 취소한 과징금은 이보다 다소 적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