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성 경찰청장이 경찰 물대포를 맞고 쓰러졌다가 숨진 농민 백남기(69) 씨와 관련, 검찰과 상의해 부검 영장 재청구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26일 이철성 청장은 전날 백씨 사망 이후 검찰을 통해 청구한 시신 부검 영장이 기각된 것과 관련해 출입기자 간담회를 열고 "법원에서 서류를 돌려받고 이날 중 검찰과 협의를 거쳐 재청구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청장은 "불법 폭력시위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생긴 일이긴 하나, 고귀한 생명이 돌아가신 데 대해서는 무척 안타깝고 유감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는 입장도 밝혔다.
백씨 시신의 부검 영장을 신청한 이유에 대해서는 "일반 변사 사건 지침에 따라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청장은 "국민적 관심이 크고 법적 다툼도 있는 사안이어서 더더욱 명확한 절차를 거쳐 의학적 판단을 받는 것이 옳다"는 견해를 재확인했다.
전날 숨진 농민 백남기(69) 씨 시신에 대한 부검영장을 법원은 이날 오전 기각했다. 부검 영장 기각은 사망을 이끌게한 현저한 원인이 이미 밝혀졌거나, 부검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도 사인을 규명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기각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부검 영장을 기각한 배경에 대해 법원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지만 사망 원인이 경찰 물대포와 연관됐음을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백씨 유족 역시 진보 시민단체와 함께 "사인이 경찰 물대포에 의한 외상임이 명백하므로 부검이 필요하지 않다"며 부검을 반대해왔다.
이 청장은 백씨 빈소가 차려진 서울대병원 방문 여부를 묻는 말에는 "강신명 전 경찰청장을 비롯한 다른 분들의 고소·고발 사건 문제도 있어 신중히 판단해야 할 부분"이라며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