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기구(WTO)가 유럽연합(EU)이 프랑스 항공기 제조사 에어버스에 불법적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고 판결했다고 22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사실상 WTO가 세계 항공기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미국과 EU 사이에서 미국 편을 들어준 것이다.
WTO는 EU와 영국, 프랑스, 독일, 스페인 등 4개국이 보조금을 중단하라는 2011년 WTO 결정을 따르지 않고 에어버스의 A350 등 항공기 개발에 220억 달러(약 24조2000억원)에 이르는 보조금을 지급했다고 판단했다. 미국은 EU의 ‘불법 보조금 지급’이 보잉과 에어버스의 중국, 인도 등에 항공기 판매 경쟁에 영향을 줬다고 주장해왔다. WTO의 이번 판결은 사실상 미국의 주장을 상당 부분 인정한 셈이 됐다. WTO는 2011년 양측이 모두 보조금을 지급했다고 판정했지만, 미국과 EU는 서로 보조금 분쟁에서 승리했다고 주장하면서 상대방에게 WTO 결정을 따르도록 요구하고 있다.
미국의 보잉과 유럽의 에어버스는 항공기 제조 분야에서 각각 1,2위를 다투고 있으며 EU와 미국은 12년째 보조금 지급에 관한 분쟁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 무역 대표부의 마이클 프로먼 대표는 이번 WTO의 판결을 “(미국의) 완벽한 승리”라고 표현하며 EU에 에어버스에 대한 지원금 지급을 즉각적으로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보잉은 EU가 WTO 결정을 따르지 않으면 미국 정부가 연간 100억 달러(약 11조원) 에 이르는 이행부과금을 청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에어버스는 이번 WTO 결정을 인정하면서도 “연내 보잉에 대한 결정도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WTO는 연내에 보잉에 대해 미국도 보조금을 지급했는지 여부도 판결할 전망이다. 만일 미국 역시 보잉에 지원금을 지급한 것으로 판단되면 EU도 미국의 항공기 수출에 대해 미국과 유사한 관세조치를 취할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