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기름값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부 주도로 도입한 ‘알뜰주유소’ 정책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가격 경쟁력을 잃은 지 오래인 데다 가짜석유·정량미달 업소가 늘면서 신뢰도가 추락했기 때문이다.
19일 새누리당 정유섭 의원 등이 공개한 산업통상자원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전국의 알뜰주유소와 일반주유소의 유종별 평균 판매가 차이는 휘발유 44원, 경유 38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석유공사는 ‘알뜰주유소 사업성과 분석 보고서’를 통해 알뜰주유소의 등장으로 일반주유소가 기름값을 내리면서 가격 차가 줄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두 주유소 간 가격 격차가 좁혀진 건 국제유가 하락이 가장 큰 원인으로, 알뜰주유소의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특히 일반주유소는 신용카드로 결제할 경우 리터당 적게는 30~40원에서 많게는 100원 이상을 할인받을 수 있어, 두 주유소 간 기름값은 사실상 역전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
알뜰주유소가 가격 경쟁력을 잃은 원인 중 하나는 한국석유공사가 제공하는 기름값이 정유사 공급가보다 높은 경우가 늘어나면서다. 알뜰주유소는 정부의 지원을 받는 대신 기름의 50% 이상을 석유공사로부터 의무적으로 공급받게 돼 있다.
석유공사는 그동안 다량의 기름을 싼값에 구매해 낮은 가격으로 알뜰주유소에 제공해왔지만, 최근 유가 하락으로 가격 메리트가 사라졌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알뜰주유소 자진 해지 업체도 2013년 26곳에서 지난해 43개로 훌쩍 늘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알뜰주유소의 가짜석유 유통까지 크게 늘면서 신뢰도마저 추락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석유관리원이 적발한 알뜰주유소의 가짜석유 적발량은 올해 1~7월 151.3킬로리터로, 지난해(21킬로리터) 대비 무려 7배나 늘었다. 5곳은 정량미달로 적발되기도 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관계자는 “알뜰주유소 정책은 고유가 시대 때 기름값 안정을 위해 시행했는데, 초저유가 시대가 되면서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다”면서 “국제유가와 실제 시장의 흐름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는 등 정책의 방향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