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소비국인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선진국의 수입수요 급감에 수출 비중이 큰 신흥국 경제에 비상 걸리게 됐다.
신흥국 제품에 대한 선진국들의 수입수요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급감하고 있다고 18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특히 그동안 신흥시장 수출을 지탱했던 중국의 부진이 뚜렷해 신흥국 경기둔화가 더욱 심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집계에 따르면 미국의 지난 7월 대중국 수입액은 전년보다 3.5%, 수입규모는 1.6% 각각 감소했다. 미국의 대중국 수입액은 지난 3월 이후 전년 대비 감소세를 이어갔다. 규모로도 4월 이후 위축세를 지속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미국의 중국을 제외한 신흥국으로부터의 수입액이 이미 지난 2013년 1월 이후 줄어들고 있으며 이는 국제유가 하락과 기타 상품가격의 부진, 강달러에 따른 수입액 감소 등에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유엔무역개발협의회(UNCTAD)의 엘리사 브라운슈타인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고 강달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수입수요가 위축되는 것에 전문가들이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 이전보다 더 싼 가격에 제품을 수입할 수 있어 수입수요가 커지기 마련이다.
브라운슈타인 이코노미스트는 “이는 이례적인 현상”이라며 “앞으로도 신흥시장의 수출국들은 더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제 무역정책을 모니터링하는 독립기구 글로벌트레이드얼럿(GTA)의 사이먼 에버넷 대표도 “이는 정말 우려스러운 일”이라며 “그동안 대부분 사람이 글로벌 무역 둔화가 중국의 수입감소에서 비롯됐다고 봤지만 실제로는 미국의 수입 감소가 사람들이 인식하는 것보다 더 심각하다는 점을 나타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흥국의 주요 수출시장 중 하나인 EU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EU의 신흥국으로부터의 수입은 2014년 증가세를 나타냈지만 지난해 다시 위축세로 돌아섰다.
전문가들은 선진국의 신흥국 수입수요가 줄어드는 것에 대해 글로벌 거시경제의 변화를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에버넷 대표는 “글로벌 제조업의 역동성이 서비스로 경제성장 초점이 옮겨가는 거시적인 측면에서의 변화로 고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UNCTAD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무역성장에서 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사상 최초로 상품을 웃돌았다.
전문가들은 신흥국이 이런 변화 속에서 얻는 혜택이 거의 없고 서비스 부문 성장 과실을 대부분 선진국이 얻고 있다며 신흥국들은 새 성장모델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