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정진엽 장관 “기업이 나서 눈치 안 보고 출산휴가ㆍ육아휴직 가도록 해야”

입력 2016-08-25 12:19 수정 2016-08-26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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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이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저출산 위기 극복을 위한 호소문’을 발표했다.

정진엽 장관은 “기업이 나서서 눈치 보지 않고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쓰고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들어야 한다”며 “아빠가 아이를 돌보고 집안일을 돕는 것이 일상화된 가정을 만들어달라”고 호소했다.

다음은 호소문 전문이다.

지난 10년간 정부의 저출산 대응노력에도 불구하고, 저출산 문제 해결의 뚜렷한 성과가 보이지 않아 사회 각계의 걱정과 국민적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저출산 대책의 주무 장관으로서 이러한 사태의 심각성과 막중한 책임감을 통감합니다.

잘 아시다시피 저출산은 대한민국의 명운을 좌우하는 가장 큰 구조적 위험이며, 절체절명의 과제입니다.

내년부터 생산가능인구는 급감해, 20년 뒤에는 현재보다 700만 명이 줄어들게 됩니다. 일본보다 두 배나 빠른 속도입니다.

전국 초등학교의 22%에 달하는 1395개 학교가 올해 입학생이 10명 미만입니다.

앞으로 많은 학교가 사라질 위기에 처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경제, 교육, 국방 등 모든 분야가 인구절벽 위기에 직면하고, 그 충격이 사회 전반에 쓰나미 같이 밀려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초저출산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다면,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고, 국민의 행복한 삶도 보장되기 어렵습니다.

최근 대통령께서도 강조하신 바와 같이, 저출산 극복은 국가의 존망이 걸린 제1의 국정과제입니다.

그러나 미혼 여성근로자의 38.3%가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하고, 중ㆍ고생의 52%가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현실에서, 정부가 보다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대책을 추진해야 하지만, 정부의 노력만으로 저출산 위기 극복은 어렵습니다.

젊은 세대가 결혼과 출산을 꿈꿀 수 있는 사회로 바뀌지 않고서는 저출산 극복은 불가능합니다.

무엇보다 일자리, 주거, 교육 등 결혼·출산을 어렵게 하는 구조적 문제가 개혁되어야 합니다.

또한, 일ㆍ가정 양립이 실천될 수 있도록 기업의 문화가 가족친화적으로 바뀌고, 양성이 평등한 가족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합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가족과 생명의 가치가 존중되고 배려받는, 올바른 사회 환경과 문화가 바탕이 돼야 할 것입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제3차 저출산ㆍ고령사회기본계획을 수립하고, 2020년까지 초저출산의 덫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러나 올해 6월까지 출생아 수는 인구통계를 작성한 2000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이러한 추세가 지속된다면, 올해 출생아 수는 역대 최저 수준을 면하지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는 악화되고 있는 저출산 추세를 사력을 다해 막아야 한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아이를 낳고 싶어하나 낳기 어려운 난임부부 전체로 난임시술 지원을 전면 확대하고, 둘째 자녀부터 남성육아휴직 수당을 현재보다 50만 원 올린 200만 원으로 하는 등 긴급 보완대책을 마련했습니다.

그러나 청년들의 좌절감을 희망으로 바꾸고, 정책간담회 자리에서 눈물을 쏟아낸 워킹맘의 마음을 위로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합니다.

정부는 이번 보완대책을 계기로 정부가 할 수 있는 대책이 아니라, 국민이 원하는 대책이 될 수 있도록 뼈를 깎는 노력을 계속해 나가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간절한 마음으로 부탁드립니다.

경제계를 비롯한 기업 경영자 여러분, 눈치 보지 않고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쓰고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들어 주십시오. 기업이 나서지 않으면 우리 사회의 미래는 없습니다.

종교계 지도자와 시민단체 활동가 여러분, 생명의 소중함과 가족의 가치에 대해 우리 사회가 보다 깊이 고민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화두를 던져 주십시오.

교육 현장에 계신 선생님 여러분,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결혼과 가족의 소중함에 대한 가치관을 가질 수 있도록 가르쳐 주십시오.

지자체도 나서야 합니다. 지역의 인구 자연감소 도미노가 이미 시작됐습니다.

지역실정에 맞는 장기 계획과 투자를 아끼지 말아 주십시오.

모든 가정에 호소합니다. 아빠가 아이를 돌보고, 집안일을 돕는 것이 일상화된 가정을 만들어 주십시오. 아이들의 선택을 존중하는 멋진 부모님이 돼 주십시오.

우리는 전쟁의 폐허 속에서 고도성장을 이룩하고, IMF 위기를 가장 빨리 극복한 저력이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 깔린 저출산 대책에 대한 피로감과 성급한 실패론에서 벗어나, 모두가 장기적 안목에서 한마음, 한뜻으로 노력하고, 역동성을 발휘하면 저출산 문제는 반드시 극복될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정부도 인구위기를 극복해 낼 수 있다는 비상한 각오와 결연한 의지를 가지고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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