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미국 이동통신 자회사 스프린트와 경쟁업체 T모바일의 합병을 여전히 희망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손 회장이 자신이 그린 ‘300년 대계(大計)’에서 스프린트와 T모바일 합병이 그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상관없다는 의중을 갖고 있다고 보도했다. 손 회장은 지난 2013년, 당시 미국 이동통신업계 3위 기업이었던 스프린트의 주요 지분을 인수, 현재 전체 지분의 80%를 보유하고 있다. 스프린트 인수는 수 세기 명맥을 이을 ‘글로벌 통신제국’ 건설이라는 손 회장의 계획의 일부였다. 손 회장은 스프린트를 손에 넣고 이듬해인 2014년, 당시 4위 업체였던 T모바일 인수를 시도했으나 미국연방통신위원회(FCC)와 법무부가 반독점법을 근거로 양사 합병을 저지하자 백기를 들었다.
하지만 블룸버그통신은 FCC의 수장이 새로운 인물로 교체되면 손 회장이 다시 T모바일 인수에 시동을 걸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아직 차기 FCC 위원장이 임명되지는 않았으나 만약 차기 위원장이 현재 AT&T와 버라이존커뮤니케이션스 등 이통업계 양강구도를 깨기 위한 선택으로 양사의 합병을 긍정적으로 보는 인물이 된다면 T모바일 인수를 재시도할 것이라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FCC는 정보통신 분야를 규제 감독하는 행정기관으로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FCC에는 통신업계의 합병계획을 권고하거나 영구적으로 지연시킬 수 있는 권한이 있어 차기 FCC 위원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손 회장의 통신제국의 꿈도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11월 대선을 통해 백악관 주인이 바뀌면 FCC 수장도 바뀌게 된다. 그러나 현재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캠프나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캠프 모두 차기 FCC 위원장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어 어떤 성향의 인물이 FCC 수장을 맡을지는 미지수다.
손 회장은 차기 FCC 위원장에 AT&T와 버라이존의 양강구도를 깰 제3의 기업이 탄생하는 것이 시장의 경쟁을 활성화해 궁극적으로 소비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고 주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실제로 일본에 진출했으나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한 보다폰 일본 법인을 2006년에 인수해 소프트뱅크를 일본 이동통신 1,2위 업체인 NTT도코모와 KDDI에 맞서는 업체로 키워냈다.
차기 FCC 위원장이 스프린트와 T모바일 합병에 호의적일지라도 법무부가 제소를 통해 양사 합병안을 반대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소식통은 손 회장이 이에 물러나지 않고 법적 공방까지 치를 의향이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