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7월 수출, 금융위기 이후 최대폭 침체…‘엔고’를 어찌할꼬

입력 2016-08-18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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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일본의 수출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폭의 침체를 기록했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결정에 따른 엔화 강세와 해외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부진이 영향을 미쳤다. 무역수지는 2개월 연속 흑자를 확보했지만 이는 저유가 기조로 수입액이 크게 줄어든 데 따른 불황형 흑자. 엔고 역풍을 헤쳐나가기 위한 일본 정부와 중앙은행의 고민이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17일(현지시간) 일본 재무성은 7월 수출액이 5조7284억 엔으로 전년 동월에 비해 14.0%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감소폭은 23.2%가 감소한 2009년 10월 이후 6년 9개월 만에 가장 컸다. 당시는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랑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로 미국 금융시스템이 무너지면서 세계적으로 금융위기가 휘몰아쳤던 시기였다. 수출액이 전년 같은 기간 수준을 밑돈 건 10개월 연속이다.

지역별로 보면, 북미 유럽 아시아 등 주요 지역에서 모두 수출이 감소했다. 북미는 11.8%, 아시아는 13.9% 각각 줄었다. 이 가운데 중국은 12.7% 감소했다. 품목별로는 자동차(11.5% 감소)와 선박(52.9% 감소)의 수출 침체가 두드러졌다.

7월 수입액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24.7% 감소해 역시 2009년 10월(35.5% 감소) 이후 가장 큰 침체 폭을 보였다. 7월 원유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37.3% 하락, 유가 하락이 수입액의 기록적 감소의 주요인으로 작용했다. 수입 감소액이 수출 감소액보다 커 무역수지는 5135억 엔 흑자였다.

재무성은 “영국의 EU 탈퇴 결정이 대 영국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특별히 나타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세계 경제 둔화가 지속되는 가운데, 수출이 성장하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될 것이어서 정부 차원의 자극책이 필요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미즈호증권의 미야가와 노리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수출은 일본 경제를 견인할 만큼 강력하지 않다”며 “이는 일본이 내수 부양을 필요로 한다는 명백한 메시지다. 정부의 경기 부양책이 도움이 될 것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단기적인 것이어선 안되고, 추가적인 금융완화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7월 일본의 수출을 기록적인 수준으로 침체시킨 주범은 엔고. 엔화 가치는 올들어 달러에 대해 20% 뛰었다. 이는 수출 기업들의 실적을 압박하고, 수입 가격을 떨어뜨림으로써 디플레이션 압력을 높인다. 이는 일본은행이 목표로 하는 ‘물가상승률 2%’에서 더욱 멀어지게 한다.

지난 15일 발표된 일본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0.048%(연율 환산 0.2%)였다. 가까스로 2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은 유지했지만 당초 시장이 예상했던 0.2%(연율 0.7%)를 크게 밑돌았다. 또한 1분기 기록한 0.5%와 비교해도 확연하게 둔화한 모습이다. 최근 발표된 다른 경제지표 역시 대체로 부진을 보였다.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은 내달 열리는 정례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그간의 양적완화와 마이너스 금리 정책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를 내리고, 현재 일본 경제에 대한 처방전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 전문가는 일본 경제에 부담을 주는 엔고를 진정시키기 위해 일본은행이 추가 양적완화를 단행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아베 신조 총리는 이달 초 13조5000억 엔 규모의 경기 부양책을 내놨다. 일본은행은 양적·질적 완화라는 2차원 완화에다 마이너스 금리 카드까지 꺼낸 터라 카드는 바닥이 난 상태이지만 시장의 요구를 외면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달러·엔 환율은 18일, 이틀 만에 다시 100엔 선이 붕괴했다. 이날 오전 한때 달러·엔 환율은 전일 대비 0.43% 하락한 99.80엔에 움직였다. 달러·엔 환율 100엔 선이 깨진 건 지난 16일 99.54엔으로 6월 24일 이후 최저치를 찍고 나서 이틀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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