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케미칼이 이른바 ‘원샷법’으로 불리는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기활법)’ 승인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속내에 이목이 쏠린다.
한화케미칼은 16일 세종청사 산업부 민원실에서 기활법 관련 산업재편 승인 심사를 신청했다. 한화케미칼에 앞서 청사를 찾은 신청 1호 기업이 있었으나 비공개 요청에 사실상 한화케미칼이 신청 1호 기업이 됐다.
한화케미칼이 기활법 승인 신청에 나선 것은 유니드와의 염소ㆍ가성소다(CA) 공장 매각건 때문이다. 한화케미칼은 매각 거래 종결 전 기활법 심사가 통과되면 각종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기활법 적용 대상이 되면 한화케미칼은 공장 매각대금에 대한 양도차익 법인세를 4년간 이연받는다. 또 신사업 진출 시 정부 지원 연구·개발(R&D) 프로젝트 심사에서 가산점을 받는다.
한화케미칼은 앞서 지난 2월 OCI그룹의 유니드에 울산 CA 공장을 매각하기로 해 공급과잉에 직면한 석유화학업계에서 자발적인 사업재편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정부 주도가 아닌 민간업체 간 구조조정이라는 점에서 모범사례로도 손꼽힌다.
시장조사 기관인 IHS에 따르면 가성소다를 포함한 국내 CA 시장은 주요 업체들의 신증설로 공급량(210만 톤)이 수요량(130만 톤)을 80만 톤 초과할 만큼 공급과잉이 심화하고 있다. 국내 가성소다 시장은 한화케미칼을 비롯해 LG화학, 삼성정밀화학, OCI, 백광산업 등이 참여하고 있으며, 한화케미칼 울산공장에서 생산하는 규모는 20만 톤으로 전체 생산 규모(210만 톤)의 9.6%에 달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CA 분야 1위 한화케미칼은 설비 매각을 통해 가성소다 공급과잉 문제를 해소할 수 있게 됐고, 가성칼륨 분야 세계 1위 유니드는 한화케미칼 공장을 842억 원에 인수하고서 가성칼륨 생산라인으로 개조해 사용할 수 있게 됐다.
한화케미칼 관계자는 “기활법 신청은 유니드와의 매각건 때문으로, 법인세 이연 등의 효과보다 R&D 지원 등이 매력적으로 여겨졌다”고 말했다.
한편 한화케미칼의 행보가 석유화학업계의 자발적 구조조정을 앞당길지도 관심거리다. 앞서 4월 금융위원회는 ‘기업구조조정 추진 현황 및 향후계획’ 발표에서 석유화학을 공급과잉 업종으로 판단하고, 기업 스스로 선제적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산업으로 분류한 바 있다.
TPA(테레프탈산) 제품이 대표적인 구조조정 대상 품목이다. 국내 TPA 생산능력은 총 630만 톤으로 중국에 이어 생산능력 기준 세계 2위다. 국내에서 생산된 TPA는 2013년 이전까지 주로 중국으로 수출됐다. 그러나 중국의 대규모 TPA 증설에 자급률이 급격히 증가했고, 2013년 이후 한국 제품의 중국에 대한 수출 물량은 급격히 감소했다. 2011년 약 80억 달러에 달하던 중국의 TPA 수입금액은 2014년 약 11억 달러로 줄었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한화케미칼의 기활법 신청을 계기로 석유화학 관련 기업은 물론 여타 업종의 한계에 몰린 기업들의 신청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