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역에 광섬유망을 배치해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던 구글의 야심찬 계획인 ‘파이버’가 좌초 위기에 놓였다.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은 파이버의 서비스 전개에 예상보다 시간과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사업 자체를 재검토하고 있으며 광섬유망 대신 무선기술로 초점을 전환하려 한다고 15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파이버 사업이 시작된지 6년이 지났지만 광섬유망이 깔린 곳은 6개 도시에 불과하다. 수천 km에 달하는 케이블을 매설하는 어려움과 비용 증가는 알파벳의 예상을 넘어섰다고 신문은 강조했다.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들에 따르면 알파벳은 오리건 주의 포틀랜드와 캘리포니아 주의 새너제이에서 광섬유 매설 계획을 중단했다. 로스앤젤레스(LA)와 시카고 댈러스 등 12개 대도시에서는 광섬유 케이블 대신 무선으로 인터넷을 연결하려 하고 있다. 또 알파벳은 기존 광섬유망을 임대하거나 시 정부나 전력회사에 네트워크 구축을 요청하는 등의 방법으로 비용과 시간을 줄이려 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구글이 지난 2010년 미국 평균 인터넷 속도보다 약 30배 빠른 파이버 프로젝트를 발표했을 때만 해도 기대는 컸다. 당시 1000개 이상의 도시가 파이버 도입을 신청했으며 구글은 지난 2012년 11월 캔자스시티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러나 구글은 통신망 설치의 어려움을 간과했다는 평가다. 팰로앨토 시의 조나선 레이첸털 최고기술책임자(CTO)는 “150년 역사의 통신산업에서 이런 난관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며 “그러나 이 사업에 처음 뛰어든 소프트웨어 업체에 이는 전혀 다른 신세계”라고 말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달 알파벳이 웹패스(Webpass)라는 무선인터넷 사업자를 인수한 것은 파이버 프로젝트의 방향 전환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웹패스는 현재 시카고 등 미국 내 5개 주요 시장에 무선 인터넷을 제공하고 있다.
알파벳은 구글 파이버 가입자 수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리서치업체 모펫네이선은 지난 3월 “미국 저작권청에 등록된 수치를 감안하면 지난해 말 기준 구글 파이버의 TV 서비스 가입자 수는 5만3000명으로 추산된다”며 “인터넷 가입자는 이보다 많을 것 같지만 전반적 프로젝트 규모가 너무 작아서 고등학교 과학기술 경시대회 수준처럼 보인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