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민은행이 갑자기 위안화를 평가 절하해 시장에 충격을 입힌 지 11일(현지시간)로 1년을 맞았다.
중국은 급격한 위안화 절하로 글로벌 금융시장에 극도의 혼란을 야기한 이후 위안화 안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이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중국 당국이 총력을 기울여온 위안화의 국제화는 아직 요원하다는 이야기다.
인민은행은 2년간 달러·위안 기준환율을 6.1위안 수준으로 유지하다가 지난해 8월, 사흘에 걸쳐 급격히 절하해 달러화당 위안화 가치를 6.4위안까지 떨어뜨렸다. 이는 지난 2005년 관리변동환율제 도입 이후 최대폭의 절하였다.
지난해 평가 절하 전까지 위안화는 완만하게 달러화에 연동돼 있었다. 그러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달러화 가치가 오르는 상황에서 중국 당국은 위안화가 합리적 범위를 초과해 동반 상승하고 있다는 인식을 보였다. 감소세를 보이던 수출을 뒷받침하려는 의도도 있었다.
여기에 인민은행은 불투명했던 기준환율 산출 방법을 변경해 10개 이상의 은행이 제출한 환율을 바탕으로 정하는 새 방식을 도입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요구에 맞춰 특별인출권(SDR) 통화 바스켓 구성통화에 적합한 모습을 찾으려 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는 중국 경기둔화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안이하게 봤던 인민은행의 계산착오였다. 위안화 가치 하락과 자본유출에 제동이 걸리지 않아 중국 당국도 원래 목표로 했던 금융시장 자유화에 소극적인 자세로 돌아섰다.
인민은행도 최근 환율 방어를 우선 순위로 두고 있어 위안화 국제화는 더욱 뒤로 밀리는 상황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인민은행이 위안화 가치의 추가 하락을 막고자 달러화를 대량으로 매도해 위안화를 사들이면서 한때 4조 달러(약 4376조 원)까지 치솟던 외환보유고도 현재 3조2000억 달러 선으로 축소했다. 시장의 혼란이 극에 달했던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는 외환보유고가 매월 1000억 달러 안팎으로 줄었다.
인민은행은 지난해의 혼란에 올해 더욱 환율 통제 고삐를 죄고 있다. 지난달 중순 상하이에서 은행 간부들을 소집해 회의를 열고 자본유출로 이어질 거래를 사실상 규제하겠다는 내용을 전달했다. 기업에 의한 대규모 외화 구입과 해외송금을 사전에 보고하라고 행정지도를 내린 것이다. 은행들에 상하이에 등록하지 않은 기업의 외화 구입을 따르지 말 것도 지시했다. 다른 지역에도 이와 비슷한 행정지도가 하달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분명히 위안화 국제화의 전제가 되는 금융거래 자유화가 멈춘 것과 마찬가지라고 신문은 풀이했다.
인민은행에 재직했던 샹쑹쭤 인민대학 교수는 “위안화 가치 안정과 자본유출 억제, 외환보유고 유지 등 모든 것을 다하려고 하면 금융 자유화는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며 “단기적으로 위안화 거래 자유화와 금융규제 완화가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위안화는 오는 10월부터 정식으로 SDR 통화 바스켓에 편입된다. 그러나 일본이 1973년 달성한 변동환율제로의 전환과 1998년에 실현한 외환거래 자유화의 길은 보이지 않고 있으며 위안화가 국제 통화로 신뢰를 얻는 것은 쉽지 않다고 신문은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