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롯데물산은 이날 CP 500억 원을 발행했다. 이 CP의 만기는 내년 8월 8일까지다. 지난달 처음으로 CP 시장에 발을 들인 롯데물산이 이날까지 발행한 물량은 3000억 원에 달한다.
만기가 조금씩 길어지는 것도 롯데물산 CP의 특징이다. 지난달 22일과 29일 각각 1000억 원씩 발행한 CP의 만기는 11개월이다. 이어 이달 8일에는 만기 10개월인 CP 500억 원을 시장에 내놓았으며 10일에는 만 1년에서 이틀 모자른 CP를 발행했다. 만기가 3~6개월을 넘어선 CP는 잔존 기간이 긴 편에 속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롯데물산이 재무구조가 나빠지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CP의 만기를 최대한 늘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CP는 만기 1년이 넘으면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며 “이를 피하기 위해 1년을 넘기지는 않고 있는 듯 하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롯데물산이 연내에 수천 억원 규모의 CP를 추가 발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회사가 최근 발행한 CP는 서울 잠실의 제2 롯데월드 공사비 등에 들어가는 운영자금이다. 아직 이 건축물이 준공되지 않은 만큼 추가 투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또 롯데물산은 올해 12월 2일 1000억 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를 앞두고 있다. 검찰의 수사 장기화로 연말까지 롯데그룹의 회사채 발행 경색이 풀리지 않으면 CP로 대체할 수밖에 없다. 2014년 말까지 0원이었던 롯데물산의 단기차입금은 2015년 말 2000억 원, 올해 3월 말 기준 3000억 원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롯데물산 관계자는 “호텔롯데의 기업공개(IPO)가 무산되면서 회사채 대신 CP를 발행하고 있다”며 “하지만 향후에 CP를 더 발행할지, 아니면 회사채 발행을 추진할 지는 시장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라고 말했다.
한편 롯데물산이 CP 발행을 늘리는 것은 기업의 자금 조달 추세와도 상반된 행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발행된 일반CP는 77조3031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견줘 31.5% 줄었다. 동양의 CP 부실 사태 이후 해당 증권의 발행이 줄고 있는 데다 기업들이 단기자금 조달 통로를 전자단기사채(전단채)로 대체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