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악재에 중국 관련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얼어붙었다. 한·중 관계 경색 우려에 화장품·카지노·미디어주 등이 일제히 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업종별로 온도차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결정한 지난 8일 이후 한 달간 화장품 대장주인 아모레퍼시픽의 주가는 13.8% 하락했다. LG생활건강의 주가 역시 15% 이상 떨어졌다. 중국 경제와 밀접한 소비주인 화장품 업종이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그러나 증시 전문가들은 사드가 화장품 업종에 미친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시장 자금이 삼성전자 등 ‘어닝 서프라이즈’ 종목에 쏠리면서 올해 2분기 평이한 실적을 내놓은 화장품주는 수급 측면에서 불리해졌다는 해석이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섹터 투자전략의 변화 과도기에 사드 불확실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주가 하락으로 이어졌다”며 “업체들의 펀더멘털(내재 가치) 변화는 없어서 당분간 주가는 박스권으로 움직이면서 자연스럽게 투자심리를 회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외국인 전용 카지노 업체인 파라다이스와 GKL은 화장품주와 비슷한 주가 흐름을 보이다 최근 반등을 노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카지노주의 부진에도 펀더멘털 지표가 개선되고 있는 현 시점을 투자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성준원 신한금융투자연구원은 “카지노의 주요 손님은 단체 관광객이 아니라 중국 정부의 영향력이 제한적인 개인 관광객으로, 한국 카지노를 찾아오는 중국인 숫자는 계속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며 “주가는 하락한 지금이 매수 타이밍”이라고 설명했다.
삼성SDI와 LG화학 등 전기차 관련주는 중국 전기차 배터리 규제 이슈에 발목을 잡혔다. 중국 정부로부터 전기차 배터리 인증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에 중국향 매출이 차질을 빚고 있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주가는 중국 정책에 얽매인 상태로 불확실성이 기회 요인으로 바뀌기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내 영화관을 대폭 확장하고 있는 CJ CGV는 중국 정부의 규제보다 중국 영화 시장의 성장성 둔화가 더 우려되는 상황이다. 중국 박스오피스는 지난달에도 18.1% 역성장을 기록했다.
김창권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중국 영화 시장 성장률이 낮아지면 중국 CGV의 수익선 개선 시기가 늦어진다는 뜻”이라며 목표주가를 30%(15만 원→10만5000원) 낮춰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