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막말에도 미국 공화당의 대선 경선 후보 16명을 물리치고 본선행까지 올라온 도널드 트럼프가 최근 막말로 발목이 잡혔다는 평가를 받게 됐다. 무슬림 비하 발언은 물론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부적절한 대응법 등 각종 막말로 공화당 당내에서도 반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위기의 진원지는 지난주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였다. 트럼프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무슬림계 전사자의 부모인 키즈르 칸 부부가 연설자로 나서 자신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무슬림을 비하하는 발언을 했다. 트럼프는 이들 부부가 연설할 당시 아버지인 키르즈 칸만 연설하고 어머니는 옆에서 한 마디도 안 했다면서 “여성에게 복종을 강요하는 이슬람 전통 때문에 발언이 허락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사자 가족을 비난한 데 대해 비판하자 전사자 유족 모임과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에서도 비판이 거세졌다. 베트남 참전 용사 출신인 공화당의 존 매케인(애리조나) 상원의원은 “그의 발언은 공화당의 시각을 대변하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이러한 논란에도 트럼프는 2일 버지니아 지역 TV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칸 부부와 벌인 충돌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배후로 추정되는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지도부 이메일 해킹 사건에 대한 막말도 논란이 거세다. 그는 DNC 지도부 이메일 해킹 사건과 관련해 러시아가 클린턴의 이메일을 해킹하길 바란다는 요지의 발언을 해 덩달아 트럼프와 러시아와의 관계가 집중 조명됐다. 지난달 31일에는 ABC 방송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강제병합을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해 구설에 올랐다. 이보다 앞서 트럼프는 지난달 28일 푸틴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보다 더 나은 지도자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트럼프의 러시아 관련 발언이 계속 구설에 오르자 러시아 크렘린 궁은 2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트럼프가 접촉한 적이 없다고 선 긋기에 나서기도 했다.
여성의 성희롱 대처법 발언도 논란을 빚었다. 트럼프는 1일 USA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장녀 이반카가 직장 내 성희롱 문제에 처한다면 어떻게 조언할 것인가’의 질문에 “이반카가 다른 직종이나 다른 직장을 찾기 바란다”고 답했다. 트럼프의 답변은 잇단 직장 내 성추행 파문으로 사퇴한 보수 언론계 거물 로저 에일스 폭스뉴스 전 회장을 두둔하는 과정에 나와서 논란은 더 커졌다. 특히 트럼프의 차남 에릭이 CBS에 출연해 아버지 트럼프의 발언이 “이반카는 강하고 힘을 가진 여성이어서 성추행 대상이 되도록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이었다”고 말해 오히려 논란을 부채질했다. 공화당 전략가인 케이티 패커는 “성희롱 당한 피해 여성이 왜 직장을 떠나야 하는가”라고 꼬집었다.
최근 잇단 막말의 후폭풍이 거세지면서 대선 후보로서의 트럼프 행보에 중대한 타격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의 무슬림 비하 발언과 관련해 “트럼프는 지금까지 거의 모든 전통적인 한계를 넘어서 왔지만, 이번처럼 지나친 적은 없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