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언론이 박근혜 대통령의 입을 주목하는 이유는 또 있다. 계속해서 의혹이 튀어나오고 있는 우병우 민정수석의 거취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하는 문제 때문이다. 일각에선 우 수석의 경질은 당분간 없을 것이라는 얘기들을 한다. 대통령이 휴가 중에도 경찰청장을 임명한 것은, 사실상 우병우 수석에 대한 신임을 간접적으로 표현한 것이고 최소한 감찰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별다른 조치를 취할 것 같지 않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박 대통령은 2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우 수석에 대해 일절 말하지 않았다. 물론 대통령으로서는 특별감찰 결과를 기다리는 것이 절차적으로 맞는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감찰의 범위가 언론에서 제기하는 의혹 중 일부만을 대상으로 할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특별감찰은 우 수석이 청와대 수석으로 임명된 이후의 일만 다룰 수 있어 그 이전에 발생한 의혹들은 감찰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 그래서 지금 가장 큰 감찰 대상은 의경으로 근무하고 있는 우 수석 아들의 특혜 전출 의혹일 뿐, 그동안 언론이 제기한 처가의 강남 부동산 의혹은 감찰 대상이 될 수 없다. 처가가 소유하고 있는 화성 땅 문제 역시 감찰 대상이 될 수 없다.
세간은 우병우 수석 처가와 넥슨의 부동산 거래를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이 부분은 건드릴 수 없는 것이 확실하기에 특별감찰 결과를 왜 기다리려 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감찰 결과가 설령 별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온다 하더라도 언론이 제기한 의혹은 계속 남을 수밖에 없기에 문제 해결은커녕 문제만 오히려 커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 되면 박 대통령은 더욱 어려운 환경에서 국정을 운영해야 할지 모른다. 국정 운영 지지율이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우 수석을 선택하고 나빠진 여론을 헤쳐 가며 정국을 운영하든지, 아니면 국민적 여론을 존중해 우 수석을 정리하든지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지금 우 수석을 유임시키며 여론의 지지를 획득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이기 때문이다. 국민 여론을 설득하려면 언론이 제기한 넥슨과의 부동산 거래 의혹이 잘못된 것이었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하는데, 일단 감찰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이를 당장 증명하기도 어렵고, 그래서 그냥 감찰 결과를 말하며 우 수석을 유임시키려 한다면 여론은 더욱 악화될 것이다.
정권은 임기 말로 갈수록 국민 여론에 신경을 써야 한다. 왜냐하면 임기 말 권력 누수 현상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측근들을 유임시키는 것이 아니라, 국민적 여론의 지지를 받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국민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선택을 존중할 것이다. 하지만 존중한다는 것이, 곧 박 대통령의 입장을 이해한다든지 아니면 박 대통령의 선택을 지지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존중은 하되 지지는 하지 않을 수 있고, 존중은 하되 대통령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는 말이다. 선택은 빠를수록 좋다. 시간이 흐를수록 여론은 안 좋아질 수 있고 안 좋은 여론이 고착화될 위험성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박 대통령은 지금 현명한 판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