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히트상품 제조기’로 명성을 날린 밥 맨스필드가 회사의 차기 먹거리인 전기자동차(EV) 프로젝트의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애플이 맨스필드를 ‘프로젝트 타이탄’이라는 코드명으로 비밀리에 진행되고 있는 EV 개발 책임자로 기용했다고 25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맨스필드는 회사를 정기적으로 방문할 때를 빼고는 거의 모습을 보이지 않았지만 현재 타이탄 소속 모든 간부들이 맨스필드에게 업무 진행사항 등을 보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애플 대변인은 인사에 관해서는 언급할 수 없다고 밝혔다.
EV는 애플의 장기 프로젝트 중 하나로, 아이폰 매출이 감소하면서 그 중요성이 더 부각되고 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자동차산업에서 소프트웨어와 자율주행 기술이 더욱 중요해지면서 거대한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애플은 공식적으로 EV 개발을 인정한 적이 없지만 자동차산업계의 베테랑은 물론 배터리와 자율주행 부문 전문가들을 채용하면서 EV 개발을 암시해왔다. 그러나 올 초 프로젝트 책임자였던 스티브 자데스키가 돌연 사임하는 등 좋지 않은 징후를 보이고 있다. 소식통들은 “자동차를 만드는 게 복잡하고, 애플은 다른 차와 차별화되는 비전을 정의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다 자동차산업 베테랑들이 애플에서 오래 일한 직원들과 우선순위를 놓고 충돌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소식통은 “무수히 많은 도전적인 첨단기술 제품을 시장에 선보인 이력이 있는 맨스필드가 기용됐다는 것은 그만큼 EV 개발이 난항을 겪고 있다는 것을 반영한다”고 풀이했다.
맨스필드는 노트북 ‘맥북 에어’와 데스크톱 PC ‘아이맥’, 태블릿 ‘아이패드’ 등 무수한 애플의 하드웨어 개발을 총괄한 이후 몇년 전부터 일상 업무에서 떨어져 있었다. 그는 1999년 애플에 입사해 스티브 잡스 전 CEO 시절 핵심 간부 중 한 명이었으나 지난 2013년 갑자기 경영진 명단에서 사라져 지금까지 고문을 맡아왔다. 애플은 당시 맨스필드가 사임하는 것이 아니라 쿡 CEO 직속으로 특별 프로젝트를 맡는다고 알렸다. 특별 프로젝트 중 하나는 지난해 출시된 스마트워치 ‘애플워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