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 과정에서 도널드 트럼프와 진흙탕 싸움을 벌였던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이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후보로 공식 지명됐지만 끝내 지지 선언을 하지 않았다. 이로써 공화당 내 갈등 분위기는 봉합되지 못한 채 대선을 치르게 됐다.
공화당 전당대회 셋째 날인 20일(현지시간) 크루즈 의원은 찬조연설에서 “우리는 특정 후보나 캠프를 위해 싸우는 것이 아니라 우리 미래와 후손들의 미래를 위해 싸우는 것”이라면서 “자유와 헌법을 지키기 위해 여러분이 신뢰하는 후보에 양심에 따라 투표하라”고 주문했다. 사실상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셈이다. 크루즈의 연설에 전당대회가 열린 클리블랜드 퀴큰론스 아레나 장내는 야유 소리가 넘쳐났고 이반카 등 트럼프 자녀들의 표정은 굳어졌다. 특히 야유 소리 속에서 크루즈 의원이 연설을 마무리지을 즈음 수락 연설을 하루 앞두고 이날 오후 전세기 편으로 클리블랜드를 찾은 트럼프가 대회장 청중석에 깜짝 등장해 어색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크루즈 의원의 지지 여부는 이번 공화당 전대 최대 관심사 중 하나였다. 경선 과정에서 트럼프와 크루즈는 서로 인신공격까지 일삼으면서 치열하게 경쟁했던 탓에 크루즈 의원의 지지 선언이 트럼프의 당내 통합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이날 크루즈의 ‘양심 투표’ 발언 때문에 당내 통합으로 대선 본선 행보를 본격화하려 했던 트럼프 진영의 대선 전략에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통신은 공화당 주류 인사인 마이크 펜스를 부통령으로 지목하는 등 당내 통합을 위한 트럼프의 노력이 무색해지게 됐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역시 크루즈의 양심 투표 발언에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트럼프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와우. 테트 크루즈가 맹세에 대한 명예를 얻은 것이 아니라 연단에서 야유를 받았다”면서 “나는 (크루즈가 연단에 서기) 두 시간 전에 그의 연설문을 봤지만, 별일 아니라고 생각해서 그냥 그가 발언하도록 내버려뒀다”고 비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