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통업계가 극심한 내수 침체에 시달리면서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장기화된 경기침체로 ‘소비 절벽’에 부딪혀 글로벌 시장을 불황의 돌파구로 삼은 것이다.
2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6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5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9로 전달과 같았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소비자동향지수(CSI) 중 6개 주요 지수를 이용해 산출한 심리지표로, 장기평균치(2003년 1월~2015년 12월)를 기준값 100으로 둔다. 소비자심리지수가 100보다 크면 장기평균보다 낙관적이고, 100보다 작으면 비관적이라고 본다. 소비자심리지수는 2월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정성과 국제 유가 하락 기조가 이어지면서 지난해 발생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 수준(98)까지 하락했다가 두 달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5월 들어 내림세로 전환했다.
이에 따라 하반기에도 소비회복은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정부는 하반기 내수를 띄울 카드로 대체휴일 지정제와 고효율 가전제품에 대한 10% 환급제 시행 등을 제시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소비회복을 불러오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판단하고 근본적인 소득 증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업계는 정부가 하반기 소비 진작을 위해 내놓은 정책도 크게 실효성이 없을 것으로 보고 소비 절벽에 대한 우려감을 보이고 있다.
이미 유통업계는 불황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공개한 5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 자료를 보면, 유통업체의 5월 매출은 편의점만 전년 동월 대비 14.8% 상승했고, 백화점은 2.7%, 대형마트는 6.3%, 기업형슈퍼마켓(SSM)은 5.4% 각각 하락했다.
이에 따라 유통기업들이 해외로 눈을 돌려 영토 확장을 추진 중이다. 세계 소비 대국인 중국은 공략해야 할 1순위 시장이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 내수 소비시장 매출 총액은 지난 10년간 연평균 16.1% 성장해왔다. 더구나 한·중 FTA 발효로 기대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K-뷰티’ 열풍을 이끄는 화장품 업계는 중화권 진출에 집중하고 있다. 선봉은 아모레퍼시픽그룹이다. CJ그룹도 중국 시장을 중심으로 한류 식문화 전파에 압장서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해 베트남 시장에 진출해 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상품 수출을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위기를 극복할 계획이다. 롯데그룹은 성장잠재력이 높은 VRICI(베트남, 러시아, 인도, 중국, 인도네시아) 5개국을 중심으로 유통·식품·관광·화학·금융 등 전 사업 부문에 걸쳐 활발하게 해외 진출을 추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