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아슬아슬' 줄타기 유증 완료…채권단·투자자 엇갈린 '운명(?)

입력 2016-07-20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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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상선의 2조6000억원 규모 유상증자 일반공모 청약 모집액이 미달한 것으로 나타나 채권단과 일반 투자자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채권단의 경우 일반 투자자 대상 유증 청약 미달로 애초 계획했던 물량을 확보할 수 있게 된 반면 투자자들은 청약 미달 소식에 따른 주가 급락에 우려하는 모습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현대상선과 같이 경영난으로 구조조정 절차를 밟는 부실기업의 회생에 개인 투자자들을 동원하는 것이 옳은 지에 대한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8~19일 진행된 현대상선의 유상증자 일반공모 청약 경쟁률이 0.54대 1을 기록했다. 신주 2억8000만주 중 1억5100만여주가 모집된 것이다.

애초 관련업계에서는 현대상선의 유상증자에 개인투자자들이 큰 관심을 둘 것으로 예상했었다. 할인율이 30%에 달해 일반 투자자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은 조건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현대상선 측에서는 일반투자자가 몰리는 것에 우려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번 증자의 최우선 목적이 채권단 출자전환이었기 때문이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단위 농협 등 사채권자들은 이번 증자를 통해 최소 1조2382억 원에 달하는 채무를 출자전환할 계획이다.

그런데 만약 일반 투자자가 몰려 청약 경쟁률이 1 대 1을 초과하면 자칫 채권단 등은 원하는 만큼 물량을 받아갈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었다. 이에 현대상선은 일반투자자 증자 참여를 시행하면서도 투자자들이 몰리는 상황을 염려할 수밖에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졌다.

그러나 막상 일반 투자자들은 물량 부담에 따른 주가 하락 우려에 참여를 꺼리는 모습이었고 결국 유증 청약 미달이라는 결과를 초래했다.

일단 이번 청약 미달로 채권단은 계획대로 출자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은 이번 유상증자 청약을 통해 신주 6840억 원, 사채권자는 3422억 원, 용선주는 2120억 원 이상 규모를 받아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반해 일반 투자자들은 현재 주가와 발행가액의 차익을 고스란히 이익으로 얻을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대상선의 주가가 유상증자 청약 미달 소식에 사흘째 급락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 특히 유상증자를 전후로 공매도 거래량도 크게 늘어났다는 점도 주가 하락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일 5700만여 원에 불과했던 현대상선 공매도 거래액은 12일 12억4000여만 원, 15일 26억7000여만 원으로 급증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신주 상장 후 사채권자·용선주가 주식을 한꺼번에 매도할 경우 향후 현대상선의 주가 변동성은 더욱 커질 수 있다”며 “투자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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