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김영란법’에 울고 싶은 골프장

입력 2016-07-20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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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찬 골프대기자

경영위기로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골프장이 울상이다. 부정한 청탁과 금품수수를 금지한 이른바 ‘김영란법’ 때문이다.

사실 골프장들은 ‘공무원골프해금’이 전해졌을 때만 해도 순풍이 불 줄 알았다. 그런데 공무원들이 골프장을 별로 찾지 않는다. 최고 윗분이 골프는 알아서 하고 해도 된다고 했지만 그 말이 별로 공감이 되지 않는 모양이다.

사실 골프 접대가 적지 않은 현실에서 김영란법은 골프장의 발목을 잡을 것이 뻔하다. 골프장은 홀(hole)당 입장객 수익이 관건이다. 입장객이 줄면 생존할 방법이 없다. 전국 골프장은 회원제와 퍼블릭 골프장을 합쳐 18홀로 환산하면 500개가 조금 넘는다. 지난해 골프장을 찾은 사람은 3300만 명이 넘었다. 적지 않은 입장객이다. 골프장 경영수지에 영향을 미치는 입장객이 줄어든 데는 인접지역의 골프장들이 크게 늘어난 것이 주요인이다. 여기에 골퍼들이 영리(?)해졌다. 칠 기회가 많아진 탓인지 춥거나 비가 오면 발길을 돌린다. 취소해도 이전과 달리 골프장은 고객에게 항의도 못 한다.

주말 부킹이 ‘하늘의 별따기’였던 80, 90년대만 하더라도 골프 약속은 하늘이 두 쪽이 나더라도 지켜야 했다. 문만 열어 놓으면 골퍼들이 알아서 빼곡히 시간을 꽉꽉 채워줬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골퍼들은 골프장을 제 입맛에 따라 골라간다. 이러다 보니 날씨가 좋지 않으면 라운드를 쉽게 포기한다. 골프장이 넘쳐나니 별로 아쉬운 게 없다는 얘기다. 이러한 상황은 골프장 경영에 큰 타격을 준다. 회원제 골프장이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것이다. 심하면 바로 법정관리에 들어간다. 현재 40여 곳이 법정관리이거나 파산 상태다.

역사가 오래된 골프장은 그나마 형편이 나은 편. 회원권 분양으로 이미 건설비를 뽑은 데다 회원권 가격 역시 분양 당시보다 상승해 예치금 반환 걱정도 없다.

이와 달리 신규 골프장들은 죽을 맛이다. 과다한 건설비에 프로젝트 파이낸싱(PF)으로 자금을 조달해 금융 비용까지 떠안고 있다. 게다가 회원권 분양조차 이루어지지 않아 이중고를 겪고 있다.

돌파구가 없을까.

경비를 줄이는 것은 한계가 있다. 빈 시간을 없애줄 충성도 높은 입장객을 확보해야 한다. 사장(死藏)된 티오프 시간은 바로 손실이 된다. 무조건 채워야 골프장이 산다.

우리골프매니지먼트 염계룡 대표는 “특히 대폭 할인된 이용권, 선불카드, 라운드 상품권 등 다양한 맞춤형 수익모델을 개발해야 한다”면서 “골퍼들이 자주 찾을 수 있는 골프장을 만들고, 보다 다양한 홍보·마케팅을 통해 고사(枯死) 직전의 골프장이 소생할 수 있는 묘수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골프장을 살리는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세금을 조금만 줄여줘도 된다. 연간 150억 원을 벌어서 세금으로 40억 원이 나간다면 누가 골프장을 운영하겠는가. 기본적인 세금도 문제지만 준조세 성격의 세금이라도 없애주면 골프장이 산다.

그린피를 주중에 28만 원 받는 골프장은 개별소비세와 체육진흥기금이 없다. 퍼블릭 골프장이라는 이유로. 그런데 그린피 5만 원을 내는 회원제 골프장은 결국 세금만 있고, 남는 게 없다.

이 때문에 한 골프장 대표는 “그린피의 50% 이상이 세금으로 빠져 나가니 회원제 골프장은 아마도 정부가 주인이지 않나 싶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체육진흥기금은 3000원이다. 이것은 1982년에 만들어졌다. 86아시안 게임과 88올림픽 때문에 생겨난 간접세다. 이때는 체육시설인 운동장, 체육관, 수영장, 골프장에 부과했다. 이후 해마다 늘려 경마장, 골프연습장, 스키장, 경륜장, 경정장, 수영장, 볼링장 등이 추가됐다. 그런데 모두 체육진흥기금이 없어졌다. 하지만 2000년 이후 회원제 골프장만 남았다. 국무총리실 규제개혁실이 2006년에 폐지하라고 권고했다. 그러나 생명력이 길다.

한국의 골프선수들이 세계무대에 나가 ‘kOREA’라는 국가 브랜드를 알리는 애국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지만 정부는 골프 발전을 저해하기 위해 발목을 잡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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