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부터 살리고 보자는 절박한 심정으로 고심 끝에 내린 결정입니다." CJ그룹 경영진이 19일 이재현 회장의 대법원 상고 취하서를 제출함과 동시에 검찰에 형집행정지 신청서를 내면서 이 같은 심경을 밝혔다.
CJ그룹은 "이 회장은 사지의 근육이 점차 위축 및 소실되어 마비되어가는 불치의 유전병 CMT가 급속도로 악화되면서 걷기, 쓰기, 젓가락질 등 기본적인 일상생활 유지조차 힘들어지고 있다"며 "또한 죽음에 대한 공포, 재판에 대한 스트레스 등으로 극도의 불안감과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어 기업총수이기에 앞서 한 인간으로서 생명권, 치료권을 보장받을 수 있길 간절히 희망한다"고 설명했다.
CJ그룹에 따르면 이 회장의 유전병인 샤르코 마리 투스(CMT)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기존에 심했던 양쪽 다리(하지)에 이어 팔(상지) 쪽 근육 위축 및 소실 속도가 빨라지면서 손과 손가락의 변형과 기능저하가 나타났으며, 단추 잠그기와 같은 정확성을 요하는 손동작이 안된지는 이미 오래됐다.
하지(다리) 역시 상태가 악화돼 현재 부축 없이는 혼자 걷지 못하며 이로 인해 기본적인 일상생활이 불가능하고 결국 평생 못 걸을지 모른다는 공포감에 휩싸여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어떻게든 CMT의 진행속도를 늦추는 것이 중요한 만큼 전문 시설을 갖춘 곳에서 무중력치료나 수중치료와 같은 특수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 의료진의 소견이다.
이식 신장의 거부 반응도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무엇보다 힘든 건 3년이 넘는 투병과 재판 상황, 아버지의 타계와 어머니의 병환 등으로 이 회장의 심리 상태가 극도로 불안해졌다는 것.
신장이식 후 면역억제제를 투여하면 식욕증가 등으로 살이 찌는 통상의 신장이식수술 환자 예후와 반대되는 현상으로 의료진도 '원인불명의 심각한 저체중'이라 판단하고 있다는 게 CJ그룹 측 설명이다.
CJ 고위 관계자는 "이 같은 상태에서 구속수감된다면, 이재현 회장은 매우 치명적인 위험에 처할 것"이라며 "패닉에 빠진 이회장이 가족에게 '내가 이러다 죽는거 아니냐. 살고 싶다'며 죽음의 공포를 호소하곤 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의 주치의 역시 "장기이식환자에 필요한 감염관리나 CMT 재활치료 환경이 전혀 갖춰져 있지 않은 감옥에 이재현 회장이 수감될 경우,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전했다.
재상고를 포기함에 따라 이 회장의 형은 확정되며, 8.15 특사 대상에도 포함될 가능성이 열리게 됐다.
CJ그룹은 정부의 8.15 특별사면 발표 이후 재상고 포기 여부를 놓고 고심해왔다. 특사 대상에 포함되려면 형이 확정돼야 하기 때문이다.
앞서 이 회장은 지난 2013년 7월 횡령·배임·조세포탈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4년과 벌금 260억 원을 선고받았으며, 항소심에서는 징역 3년과 벌금 252억 원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대법원이 작년 9월 이 회장의 일본 부동산 매입과 관련한 배임액을 구체적으로 산정할 수 없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을 적용할 수 없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