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연 “경영권 승계, 규제가 오히려 편법승계 조장해”

입력 2016-07-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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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대기업 경영권 승계 사례(자료제공=한국경제연구원)
▲해외 대기업 경영권 승계 사례(자료제공=한국경제연구원)

포드, BMW, 헨켈 등 100년 이상 장수 글로벌 대기업들은 다양한 제도 덕분에 합법적인 경영권 승계가 이루어 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현재 우리나라의 대기업 경영권 승계에 대한 규제가 오히려 편법승계를 조장한다는 주장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18일 ‘해외 대기업의 승계사례 분석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국내 대기업 승계 원활화를 위한 규제완화 등 제도 설계를 위한 사회적 논의가 본격화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포드(Ford)는 포드재단에 대한 주식(보통주)출연과 차등의결권 주식 발행을 통해 상속세 부담을 완화하면서 경영권을 유지했다. 차등의결권은 경영진이나 최대주주에게 보유 지분율보다 더 많은 의결권을 부여해 경영권 안정을 도모하는 제도다. 현재 미국, 일본 등은 차등의결권 제도를 도입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허용하지 않고 있다.

독일의 BMW는 다양한 회사형태를 보장하는 독일의 회사법을 활용해 유한합자회사 형태의 BMW 지분관리회사를 설립했다. BMW는 자녀에게 직접 지분을 증여하지 않고 지분관리회사의 지분을 자녀에게 6년에 걸쳐 증여했다. 이에 상속증여세 납부 부담을 줄이고 안정적인 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한경연은 설명했다.

또 독일의 헨켈(Henkel)은 1985년 가족지분풀링협약(Family share-pooling agreement)을 체결해 승계과정에서 지분율 희석을 방지해왔다. 가족지분풀링협약이란 가족 주주들이 주주총회에서 단결적 의결권 행사와 함께 풀링되는 주식 수를 유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체결하는 가족 주주간 계약을 말한다.

이를 통해 헨켈은 현재 의결권의 50% 이상을 가문이 확보하는 등 지배력을 안정적으로 유지해올 수 있었다고 한경연은 평가했다. 독일 법원도 헨켈(Henkel) 사례와 같은 가족 협약을 민법상 조합으로 법적 지위를 인정한 바 있다.

네덜란드의 하이네켄(Heineken)은 경영권 승계과정에서 다층적 지주회사 구조를 활용했다. 다층적 지주회사구조는 지주회사에 대한 지분관리회사를 설립하고 해당 지분관리회사의 지분을 관리하는 또 다른 지분관리회사를 설립하는 등 중층의 구조를 만들어, 가장 하위단계에 있는 지분관리회사 지분을 상속자가 소유하는 방식이다.

하이네켄은 1952년 지분의 절반가량을 보유한 하이네켄 지분관리회사 A와 1973년 하이네켄 지분관리회사 A의 지분을 절반가량 소유하고 관리할 또 다른 지분관리회사 B를 설립한 후, 지분관리회사 B의 지분의 80% 가량을 하이네켄 가족이 소유하는 방식으로 승계를 진행했다.

한경연은 하이네켄 가족들이 의결권 과반을 실질적으로 보유하는 최대주주임에도 불구하고, 산술적으로는 상대적으로 낮은 직접적 지분율(20%)을 가져 상속세 부담을 완화하는 동시에 지배력을 유지하면서 기업승계를 진행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경연은 현재 우리나라는 중소기업 승계에 대해서는 가업상속공제제도를 통해 기업승계를 지원해주고 있지만 대기업의 경영권 승계에 대해서는 상속세를 감면해주는 제도는 없다고 지적했다. 기업상속공제제도란 10년 이상 경영한 중소기업의 경우 가업 상속재산 중 최대 200억 원, 15년 이상은 최대 300억 원, 20년 이상은 최대 500억 원까지 공제 혜택을 주는 제도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성봉 서울여대 교수는 “우리나라 대기업의 경우 상속세 부담이 커 기업승계과정에서 지배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지배력을 유지하면서 적정한 상속세를 부담하는 등 투명하고 합법적인 대기업 경영권 승계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교수는 “대기업 차원에서도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기업승계에 대한 사전계획을 철저하게 수립해야 하고 지분을 승계하고 보유하는 가족 구성원간에 기업 가치를 공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또한 기업승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한 노력도 함께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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