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조선업계가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 이후 최악의 불황에 시달리고 있다.
일본선박수출조합이 13일(현지시간) 발표한 수출 선박 계약 건수는 올 상반기(1~6월)에 전년 동기 대비 80% 이상 감소했다. 특히 6월은 96.5%나 줄었다. 일본 조선업계는 그동안에도 부침을 겪었지만 현재 상황은 리먼 사태 이후 최악이며, 2021년까지 회복되지 않을 전망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4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일본 조선업계는 2006~2008년 중국의 급성장에 힘입어 원자재 운송용 벌크선을 대량 수주했다. 그러나 리먼 사태 이후 상황은 달라졌다. 수주는 줄었으나 호황기에 대량으로 건조한 배가 넘쳐났다. 여기다 저가를 앞세운 중국 세력이 대두됐고, 엔고까지 겹치면서 일본 조선사들은 맥을 못췄다.
이후 작년까지는 엔화 약세와 환경 규제 강화 전 갑작스러운 수요에 그나마 수주를 늘릴 수 있었다. 2016년부터 북미 해역 등에서 질소산화물(NOx) 배출량 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배 비용이 오르기 전에 저렴한 가격에 사려는 수요가 갑자기 급증한 것이다. 덕분에 일본 조선업계는 2013년에 13%였던 세계 시장 점유율을 2015년에는 29%로 높일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 업계는 다시 고비를 맞았다. 엔고가 다시 심화하면서 상황은 악화일로다.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에서의 선박 수요 감소가 일본 조선업계를 옥죄고 있다. 벌크선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발틱운임지수는 리먼 사태 이전 기록한 최고치의 10분의 1 이하다.
일본 국토교통성은 운항과 생산 개혁을 위해 조선업계의 IoT(사물의 인터넷화) 도입을 지원하는 등 위기 타개에 팔을 걷었다. 하지만 라이벌인 중국도 어려운 상황에서 파산이 잇따르고 있고, 한국도 대형 조선사들이 구조조정을 하는 와중이다.
신문은 총체적 난국에 직면한 중국과 한국 기업들이 저가 전략으로 나올 경우 자국 업계에는 타격이 심각할 것으로 전망, 다시 업계 재편이 거세게 일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