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중재법원인 네덜란드 헤이그 소재 상설중재재판소(PCA)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서 중국 패소 판결을 내리면서 긴장이 더욱 고조될 전망이다.
PCA가 12일(현지시간) 필리핀이 중국을 상대로 제소한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판결에서 “중국이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 근거로 삼고 있는 ‘남해구단선(nine-dash line)’은 역사적 실효 지배에 대한 법적 근거가 되지 못한다”고 판결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판결문은 또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제도(중국면 난사군도)에 있는 미스치프 환초에 대해서도 “중국의 200해리 이내 배타적 경제수역(EEZ) 주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PCA는 현재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지만 대만이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스프래틀리 내 이투아바 섬에 대해서도 중국의 200해리 EEZ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남중국해 해역에 인공섬을 조성하고 군사장비를 배치해온 중국에 대한 국제적인 사법 판단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필리핀의 호소를 인정한 PCA의 판결을 바탕으로 미국과 동남아시아 분쟁 당사국들의 중국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또 중국은 이전부터 PCA가 재판을 관할할 권리가 없다며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사를 표명해왔기 때문에 이 지역 긴장도 계속 지속될 전망이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이날 PCA 판결을 속보로 전하면서 “절대 이를 받아들이지도 인정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필리핀 측은 “PCA의 판결을 환영한다며 이해당사국들이 냉정을 찾고 자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국은 1947년 지도에서 모호하게 그려진 9개의 선(남해구단선)을 근거로 남중국해 영유권을 주장했다. 이 선들은 중국 남부 하이난도 밑으로 약 1800km를 크게 U자형으로 둘러싼 형태이며 남중국해 해역의 약 90%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중국은 필리핀 베트남 등 주변 동남아 국가들과 수십년간 영토 분쟁을 벌여왔다. 남중국해는 해상 물동량이 5조 달러(약 5738조 원)에 달하는 전략적 요충지이며 석유와 천연가스 등 각종 에너지자원도 풍부하다. 미국도 공해에서 군함과 상선 등 어떤 선박도 자유롭게 통과돼야 한다는 ‘항행의 자유’를 내세우며 중국과 대립해왔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판결이 규정에 근거한 국제질서를 지키겠다는 중국의 약속을 시험하는 장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PCA 판결은 1심으로 끝나며 유엔 국제사법재판소(ICJ)와 마찬가지로 법적 구속력이 있다. 그러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등 판결을 강제 집행할 수 있는 수단은 없기 때문에 다만 국제적 압박을 가하는 용도로밖에 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