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한 개인투자자의 하소연이다. 허투루 듣고 흘릴 수 있는 이야기이지만 개인들이 빚을 내 주식을 하는 척도인 신용융자잔액이 7조3000억 원을 넘었다고 하니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키움증권이 증권사 34곳 가운데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이 12%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키움증권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국내 증권사들이 10% 내외의 고이자율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 국공채 금리가 1.25%,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3% 내외다. 제2금융권의 주식담보대출도 4% 내외인 점을 고려하면 가히 악덕 사채업자 수준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그럼에도 증권사들이 돈을 빌려 가는 투자자들에게 받는 대출금리는 수년째 요지부동이다. 국내 증권사 34곳 가운데 올 들어 이자율을 낮춘 곳은 한국투자증권 단 한 곳에 불과하다.
지난해 금리를 조정한 증권사도 9곳에 그쳤다. 나머지 24개 증권사는 2년 넘게 이자율이 꿈쩍도 하지 않는 셈이다.
특히 2011년 책정한 이자율을 지금까지 고수하고 있는 증권사도 14곳에 달한다. 한국은행이 2014년과 지난해 각각 두 차례씩 기준금리를 낮춘 것도 모자라 올 들어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선 것과는 상당히 대조적이다. 하지만 고객에게 돌려줘야 하는 수신금리에 대한 반응속도는 상당히 빠르다. 지난 6월 금리인하가 단행되자 증권사들은 CMA 등의 수신금리만 내리고 신용거래나 주식담보융자 금리에 손을 대지 않았다.
통상적으로 이자율은 담보의 위험 척도에 따라 달리 적용된다. 담보의 위험도에는 여러 가지 요소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현금 호환성이다.
주택은 현금 호환성이 크게 떨어지는데도 이자율은 3% 내외다. 하지만 증권사들은 신용의 담보로 주식을 가지고 있다. 주식은 일정 부분 담보비율이 떨어지면 강제로 반대매매를 진행해 원금을 거둬들일 수 있어 다른 담보물권보다도 안정성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도 10%에 육박하는 이자율을 챙긴다는 것은 곱게만 볼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나 증권사들은 IPO, 대체투자, IB 등 수익성 다변화를 외치고 있지만 정작 돈놀이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한 증권사의 경우 전체 수익의 60%가 이자수익에서 나오는 것을 보면 씁쓸하지 않을 수 없다. 이쯤 되면 증권사라는 표현보다 고리사채업자라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이러다가 주식투자자 모두가 빚쟁이로 전락할 판이다. 궁극적으로 투자자들이 살아나야 증권사들도 호황을 누릴 수 있다. 단기적인 이익에만 급급한다면 모두가 공멸하는 길이다.
“뭣이 중한디?” 요즘 한창 유행하고 있는 영화에 나온 대사다. 유행어처럼 번지면서 남녀노소가 우스갯소리로 사용하고 있다. 증권사들은 진정 무엇이 중요한지 되새겨야 할 때다. 금융감독당국 역시 뒷짐만 진 채 바라보지 말고 적극적으로 시장 상황에 대처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