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영국의 탈퇴 결정으로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가운데 설상가상, EU 가입 후보국들과의 갈등도 불거지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4일(현지시간) 독일, EU와 EU 가입 후보국인 서부 발칸국가들과 정상회의를 열었다. 서부 발칸국들과의 정상회의는 2014년 베를린, 2015년 비엔나에 이어 세 번째다. 이날 정상회의에는 EU 가입 후보국인 코소보와 마케도니아, 알바니아, 몬테네그로, 세르비아,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등 6개국이 참석했다. EU 측에서는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을 비롯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크리스티안 쾰른 오스트리아 총리 등이 참석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이들 발칸 국가들의 EU 가입 시기를 놓고 논의가 오갔다. 유럽으로 향하는 난민의 통로가 된 이들 국가는 조기 EU 가입을 주장하고 있지만, EU 측은 역내 혼란을 진정시킨 후 이들 국가를 가입시킬 방침이다.
발칸 6개국에서는 영국의 EU 탈퇴 결정 후 EU 가입을 서두르겠다는 발언이 잇따랐다. 알렉산드르 부치치 세르비아 총리는 “2019년까지 가입 협상을 마무리하고 싶다”고 말했고,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의 데니스 즈비즈디치 총리는 “영국 탈퇴에 낙담하지 말고 EU의 통합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올랑드 대통령은 회의 후 기자들에게 “후보 국가에는 (회원에 대한) 과정은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진행된다고 전했다”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는 “영국이 떠난 후에도 서부 발칸국가들과의 관계는 변함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 발칸국가들은 경제 수준이 유럽 내에서도 특히 낮아 EU 가입으로 사람이나 물건 흐름이 자유로워지면 경제가 활성화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 국가가 EU에 가입하게 되면 이라크와 시리아 난민들이 유럽으로 향하는 ‘발칸 루트’가 완전히 뚫리게 된다는 것이다. 테러리스트들이 이 루트를 타고 난민에 섞여 유럽으로 유입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EU는 발칸 국가들의 EU 가입을 주저하고 있다. 이에 발칸 국가들의 불만도 적지 않다.
2013년 EU에 가입한 크로아티아는 양쪽의 고민에 대해 “우리는 안정을 추구하고 있으며, 영국 탈퇴로 EU 확대 속도는 느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프랑스 측은 “확대보다 지금은 역내의 단결을 우선할 수 밖에 없다”고 양해를 구했다.
영국이 EU 탈퇴를 결정한 뒤 회원국 간에도 불협화음은 커지고 있다. 슬로바키아와 헝가리, 폴란드 등 동유럽 국가들은 강대국인 독일과 프랑스 주도로 EU의 의사 결정이 진행되는 것에 대해 불만이 크다.
이에 독일 프랑스 같은 EU 강국들은 역내 결속을 강화하는 개혁에 나설 방침이다. AFP통신에 따르면 올랑드 대통령은 8, 9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포르투갈, 아일랜드, 오스트리아, 체코 등을 잇따라 방문해 EU를 안정시키는 대책을 각국 정상과 협의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