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현지시간)까지 영국 등 유럽증시는 반등세를 이어가며 브렉시트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뉴욕 다우지수도 브렉시트 투표 후 낙폭의 60%가량을 만회했고, 아시아증시도 이번 주는 거의 오름세를 이어갔다. 외환시장에서는 한때 달러당 31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던 영국 파운드화 가치가 다시 반등했고, 안전자산 선호 심리로 치솟았던 엔화 가치도 달러에 대해 한풀 꺾인 모습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 같은 회복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감이 도사리고 있다. 특히 브렉시트로 전 세계적 금융위기가 올 수 있다는 경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이런 불안감을 부채질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날 브렉시트로 생긴 불확실성이 세계 경제에 있어서 핵심적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IMF 게리 라이스 대변인은 지난달 30일 정례 브리핑에서 “현재 우리는 아마도 세계 경제에 가장 큰 위험 요인일 수 있는 불확실성을 목격하고 있다”며 “브렉시트가 세계 경제에 상당한 불확실성을 야기했고, 특히 영국에서 짧은 기간 안에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으며, 유럽과 세계 경제에도 악영향을 줄 것으로 여기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파운드화 폭락을 경고한 투자의 대가 조지 소로스 소로스 펀드 매니지먼트 회장도 같은 날 금융위기 재발 가능성을 우려했다. 그는 이날 브뤼셀 유럽 의회에서 “2007~2008년 발발한 세계적 금융위기와 유사한 금융위기가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소로스는 “슬로 모션으로 진행되던 현상을 영국의 EU 탈퇴가 가속화시켰다”며 “이미 확산된 디플레이션을 더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영국 브렉시트 찬반 국민투표 전 소로스는 브렉시트로 결정되면 파운드는 달러 대비 20% 넘게 폭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대해 소로스는 “영국의 결정은 가정이던 것을 현실로 만들었다. 탈퇴에 투표한 영국인들은 자신들이 직면한 어두운 미래를 깨닫기 시작했다”며 “탈퇴파 선봉에 섰던 이들도 탈퇴의 장점에 대해 했던 말들을 철회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이날 EU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 하향했다. 영국이 EU를 탈퇴함에 따라 EU 재정의 유연성이 부족해지고 정치적 결속력이 약화할 것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브렉시트가 3년 동안 유로존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0.3∼0.5%포인트 낮출 것으로 예상했다. 각국 중앙은행들은 브렉시트라는 전대미문의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적극적 부양책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