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하이마트가 재임 시절 자신의 연봉을 과다하게 책정한 선종구 전 회장을 상대로 소송을 냈지만 항소심에서도 사실상 패소했다. 법원은 오히려 회사가 선 전 회장에게 밀린 퇴직금 36억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서울고법 민사14부(재판장 정종관 부장판사)는 30일 롯데하이마트가 선 전 회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판결이 확정되면 선 전 회장은 회사로부터 그림(최영훈 작가의 들꽃) 한 점을 돌려받은 뒤 8000만원을 지급해야 하고, 회사는 선 전 회장에게 퇴직금 36억 6949만원을 지급해야 한다.
롯데하이마트는 2013년 선 전 회장의 횡령·배임 책임을 물어 130억원대 소송을 냈다. 회사가 어려운 상황에도 선 전 회장이 이사회 결의 없이 자신의 연봉을 올린 것은 횡령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선 전 회장이 2008년부터 3년간 받은 연봉은 인센티브를 포함해 매년 72억~88억으로 총 259억원에 이른다. 회사는 선 전 회장이 자신의 가족회사인 아이에이비건설에 하이마트 매장 신축공사를 도급준 것은 배임에 해당한다고도 주장했다.
회사가 소송을 제기하자, 선 전 회장 역시 52억여원의 미지급 퇴직금을 달라며 회사를 상대로 반소를 냈다. 선 전 회장은 1998년 1월부터 2012년 10월까지 이 회사의 대표로 근무했다.
앞서 1심은 "보수한도가 결의되는 일련의 절차와 이사회의 구성 등에 비춰 볼 때, 선 전 회장의 연봉은 이사회 또는 주주총회 의결을 거쳤더라도 모두 결의가 이뤄졌을 것으로 보인다"며 회사가 선 전 회장에게 지급해야 할 금액을 51억 949만원으로 산정했다. 다만 선 전 회장이 자신이 보유한 그림을 회사가 이사회 결의 없이 구입하도록 한 계약은 무효라고 봤다.
하지만 2심은 1심에서 인정되지 않은 보수 중 14억 4000만원은 과다하게 산정된 게 맞다고 보고, 회사가 선 전 회장에게 지급해야 할 금액을 36억 6949만원으로 감액했다. 14억 4000만원은 선 전 회장이 2011년 1월부터 4월까지 지급받은 보수다. 재판부는 이 시기에 선 전 회장의 지분율은 약 65% 정도로 특별결의 요건인 3분의 2 기준에 못친다고 봤다. 주총 결의 절차를 거쳤다면 선 전 회장의 보수지급 안에 대해 주주들이 모두 찬성할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한편 같은 법원 형사4부(재판장 최재형 부장판사)는 지난 24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상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된 선 전 회장에 대해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과 달리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벌금 20억원, 추징금 2억 32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1심에서 무죄로 판단한 선 전 회장의 배임수재 일부와 업무상 배임, 증여세 포탈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