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25일 한·일 롯데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일본 롯데홀딩스 정기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형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SDJ코퍼레이션 회장)을 상대로 이겼다. 신 회장은 형제 경영권 분쟁이 불거진 후 신 전 부회장과 대결한 세 번의 주총에서 모두 승리했으나, 한국에 입국하면 출국금지가 예상돼 네 번째 주총의 승리는 장담할 수 없게 됐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신 회장은 또 한번의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을 뿐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실제 신 전 부회장이 ‘무한 주총’을 선포하면서 지난해 7월부터 약 1년간 이어진 롯데가(家) 형제의 경영권 분쟁은 좀처럼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은 25일 주총 직후 “신동빈 회장,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사장 등 현 임원진 해임과 롯데그룹 경영 정상화를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며 그룹 경영권을 가르기 위한 롯데 홀딩스의 무한 주총을 예고했다.
그는 이번 주총 결과에 대해 “표면적 결과는 임시주총(작년 8월, 올해 3월)과 같지만, 내부적으로 종업원지주회 회원들의 변화가 있음을 체감, 고무적”이라며 “쓰쿠다 사장과 신동빈 회장의 불법적 경영권 찬탈 과정, 한국에서의 비리 등을 깨달은 종업원지주회 회원들이 속속 지지 의사를 밝히고 있기 때문에 적절한 시점이 되면 회원들 스스로 현재의 불합리한 종업원지주회 의결권 행사 구조를 변경하고자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신 전 부회장은 신동빈 회장의 경영에 반대하는 개별 종업원지주회원 수를 늘리고, 이들의 세력을 모아 종업원지주회의 의결권 행사 규정 자체를 바꿔 ‘주총 역전’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그는 경영진이 대리하는 종업원지주회 의결권 행사 구조를 바꾸면 승산이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신 회장이 이번 주말 한국에 들어오면 검찰의 출국금지가 예상되기 때문에 신 전 부회장은 신 회장이 없는 일본에서 임시주총 소집을 계속 열면서 총 공세를 퍼부을 전망이다. 신 회장이 한국 입국을 꺼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 측은 “회사의 업무를 방해하고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행위”라며 “롯데는 임직원과 주주, 이해관계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검찰 수사와 각종 경영 현안 차질 등으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그 위험을 초래한 오너 형제끼리 경영권을 놓고 이전투구를 벌이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며 “그룹 전반에 대한 검찰 수사 대대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신 전 부회장이 끊임없이 역전을 시도할 경우 경영권 향방도 장담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