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맞춤형 보육’을 추진한다고 했을 때 만 4세 자녀를 둔 맞벌이 입장에서 찬성했다. 주변 맞벌이 가정을 봐도 아이를 저녁 7시까지 어린이집에 맡기는 사람은 본 적이 없기에 맞춤형 보육이 시행되면 눈치 보지 않고 맡길 수 있겠구나 싶어서다.
하지만 맞춤반과 종일반을 구분한다고 해서 마음 편히 아이를 맡길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 부호가 남는다. 더군다나 전업주부 가정의 어린이집 무상보육 지원 시간을 제한하는 방향은 상당히 우려스럽다.
본인이 필요성을 입증해야만 전일반 이용을 허락하는 맞춤형 보육은 기본적으로 국민이 보육의 필요성에 대해 거짓말을 할 것이라고 의심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정부는 만 2세 미만 영유아와 부모의 애착 형성을 맞춤형 보육의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보육이 가정만의 책임이 아니라 국가가 함께 책임져야 한다는 ‘보편적 복지 담론’을 꺼낸 것은 정부가 아니었던가.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국가책임보육 실현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보육 복지야말로 단순히 그것에 그치지 않고 저출산, 일과 가정의 양립, 여성의 사회참여 확대로까지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 정책의 본질은 ‘보편 복지’ 프레임을 두고 보지 못하고 ‘선별복지’ 프레임을 도입하려고 하는 정부임에도 전업주부들을 ‘노는 엄마’로 희생양으로 삼는 것은 불안하고 위험한 발상이다.
영유아와 부모의 애착 형성을 위해서는 가정 양육수당 인상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보고 있다. 과거 보건복지부 내에서도 양육수당 인상이 불필요한 기관 보육과 종일반 이용을 억제할 수 있다는 검토가 있었다고 들은 바 있는데, 그 방향에 대해서는 왜 사회적 논의를 하지 않는지 정책 당국자들에게 묻고 싶다.
맞벌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서류 증빙’ 방법은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유발한다. 행정비용은 비용대로 들어가고, 정책 효과도 불확실한 맞춤형 보육 정책을 추진해야만 할까.
미취업모에게 6시간 보육을 지원해주는 나라는 없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육아휴직이 제한되고 보육료 지원이 전부인 우리나라 현실에서 무상보육이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무상보육에 대한 열망이 강한 이유다.
보육 서비스 공급구조도 시장 위주의 ‘생계형’ 민간 보육기관에서 비영리 공공시설 위주로 바꾸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보육 서비스는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는 중요한 도구다. 어머니의 취업 여부 등 다양한 보육 서비스 필요가 정책에 반영될 필요가 있지만, 보육 정책이 추구하는 본질적인 가치에 대해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